이슈가 되는 문제에 대하여 자신이 처한 상황과 연결하여 솔직하게 쓴 점이 칭찬할만하다. 더욱이 최근에 떠오르고 있는 '자본주의 4.0'이라는 개념을 안다는 점에서 시사적 관심과 독서량이 많은 학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글쓰기의 방식에서 다듬어야 할 점이 많다. 이제 시작 단계이므로 문제점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지적되는 부분을 염두에 두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정말 창의적인 글을 쓸 가능성이 높다.
지적하려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제시문(기사) 파악이 모호하며 주제와 결론이 불명확하다. 둘째, 단락 간의 상관관계가 불분명하다. 단락들 사이에 논리적 연결고리가 없다는 의미다. 셋째, 주장 없이 예시만이 나와 있으며 예시의 내용도 부정확하다.
이런 문제의 이유는 아는 것도, 하고 싶은 말도 많은데 글자 수의 제약을 따라야 하는 상황에서 정리가 안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을 쓰기 전에 반드시 개요를 잡아 전체적 흐름과 논리를 꼼꼼히 검토해보는 습관을 권하고 싶다. 또 주장에 불필요하다면 아무리 좋은 글의 재료일지라도 과감히 삭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면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자. 먼저 제시문이 되는 기사의 주제는 '청년실업'이다. 하지만 학생은 '대학등록금'의 문제와 혼동하였다. 청년실업과 비싼 대학 등록금 간의 연관관계를 설명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후 전개에 있어서도 글의 주제가 대학등록금이 비싸다는 것인지, 교육의 패러다임을 자본주의 4.0 교육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이야기인지, 서울시장이 청년 지원정책을 잘 실행해야 한다는 이야기인지 모호하다. 이것들을 모두 한 점으로 모을 연관성을 가진 주제가 없다. 글을 쓰기 전 '무엇'에 대해 쓸 것인지,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또 결론은 주제와 밀접해야 하는데 학생의 결론은 논의와 동떨어진 내용이다. 그간의 논의의 방향이 잘못 잡혔음을 반증한다.
다음으로 단락 간 관계가 단절되어 있다. 서술하는 단락이 바로 앞의 단락과, 아니면 글 전체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고려하며 글을 전개해야 한다. 학생의 글에서 두번째 단락은 앞뒤의 각 단락과 별 관계가 없다. 이는 아마도 '청년실업'이라는 주제를 '양극화'의 문제로 연결시키려는 의도에서 양극화의 원인을 신자유주의 개념으로부터 찾으려 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글을 억지로 대학 등록금과 연결시키다 보니 주제를 놓쳐버린 것 아닐까? 또한 네번째 단락도 굳이 '자본주의 4.0 교육'을 언급하려다 보니 무리한 단락이 되어버렸다. 4.0교육을 대학에서만 해야한다는 법은 없으며 이 단락은 오히려 '교육개혁'과 관련한 주제의 논거에 적합하다.
마지막 문제점으로, 2,3문단은 뚜렷한 주장이 없이 예시로만 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시는 주제문을 뒷받침하는 것인데 주제문이 없는 예시는 읽는 사람에게 혼란을 준다. 게다가 인용한 '조사기관의 조사 내용'은 신뢰성이 떨어진다. 등록금 900만원이 최대인데 무슨 근거로 1인당 6,000만원 차이가 날 수 있는 지 궁금하다. 통계 수치의 논리성을 검토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학생의 원래 의도대로 주제를 '양극화'에 맞추어 원인과 대안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다시 써본다면 훨씬 좋은 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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