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하다. 부모는 자상하면서도 고압적이다. 다 큰 자녀들을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교육시키고, 단어의 의미와 세상의 모습을 왜곡해 전달한다. 집안에서 여자의 성기를 지칭하는 단어는 큰 전등을 의미하고, 좀비는 노란 꽃을 가리킨다. 아버지는 몰래 사온 도미를 집안 수영장에 풀어놓고선 자녀들 앞에서 작살로 잡는다. 외부에서 들어온 고양이는 무지막지한 괴물이라 가르친다. 자녀들 몸은 어른인데 세상에 대한 인식은 두 살 정도 수준일 수밖에.
그리스 영화 '송곳니'는 통제와 왜곡으로 돌아가는 독재사회를 비판하는 우화다. 권력을 쥔 자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할 때 벌어지는 비극을 결말에 비추며 조작과 왜곡으로 이뤄진 사회의 말로를 예고한다.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내용으로 일관하지만 영화가 품은 메시지는 울림이 꽤 크다.
영화 속에선 부모가 왜 자녀들을 통제하는지 쉬 알 수 없다. 종교적인 이유인지, 이데올로기적 사연이 숨겨져 있는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가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한가지는 분명해진다. 아버지의 자녀들에 대한 구속은 결국 아버지를 신적 존재로 격상시킨다. 아버지는 유일하게 바깥 세상에 나갈 수 있고, 괴물 같은 도미도 주저 없이 잡는다. 신적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아이들 사이의 경쟁을 유도하고, 근친상간도 개의치 않는다. 국민의 안녕을 들먹거리면서 결국 국민의 삶엔 아랑곳하지 않는 독재자들의 진모에 대한 비유라 할 수 있다.
2009년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받았다. 제목은 '(잘 빠지지 않는) 송곳니가 빠져야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영화 속 대사에서 비롯됐다. 감독은 그리스의 신예 지오르고스 란디모스. 5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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