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임진년이 '지(Ji) 센세이션'으로 시작됐다.
최연소 코리안 프리미어리거인 지동원(21ㆍ선덜랜드)은 등 번호 17번과 'Ji'라는 이름을 새기고 잉글랜드 무대를 누비고 있다. 지난 9월 10일(이하 현지시간) 첼시와 경기에서 프리미어리그(EPL) 데뷔골을 터트렸음에도 지동원이라는 이름 석자를 아는 축구팬들은 많지 않았다. 이로 인해 지동원은 '베이비 지'에 머물렀다. 하지만 2012년 새해 첫 날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경기에서 결승골의 주인공이 돼 '베이비 지'는 '슈퍼 지'가 되면서 세계를 들끓게 만들었다.
스트라이커 지동원은 1일 영국 선덜랜드의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의 2011~12 EPL 19라운드 홈 경기에서 후반 48분 극적인 결승골을 터트리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리그 선두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결승골의 주인공이 된 지동원은 순식간에 '영웅'이 됐다. 또 첼시전 이후 약 3개월 만에 시즌 2호골을 터트린 지동원은 자신의 이름을 팬들에게 분명하게 각인시켰다.
지동원이 대표적인 부자군단인 맨시티를 침몰시키는데 앞장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08년 구단을 인수한 셰이크 만수르 구단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 맨시티를 신흥명문으로 도약시켰다. 맨시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제치고 EPL 선두 자리를 달리는 등 EPL의 새로운 지각 변동을 주도하고 있다. 또 지난해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의 통계에 따르면 맨시티의 선수 평균 연봉은 586만달러(약 68억원)에 달한다. 선수들 개개인이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인 셈. 만수르 구단주는 선수들의 연봉으로만 1억파운드(약 1,800억원) 이상을 쓰고 있다. 맨시티는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사미르 나스리, 세르히오 아게로 등을 영입하면서 3,800만파운드(약 681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선덜랜드는 지동원의 연봉이 12억원에 그치는 등 전력과 규모면에서 맨시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맨시티의 일방적인 공세에 시달렸던 선덜랜드는 후반 33분 니클라스 벤트너 대신 지동원을 교체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그 동안 벤치만 달궜던 지동원은 4경기 만에 출전 기회를 얻었다. 오랜 만에 경기에 나선 터라 움직임은 다소 둔했다. 이로 인해 후반 37분 아크 정면에서의 좋은 기회를 머뭇거리다 놓치고 말았다. 지동원은 마지막 역습 찬스에서 재빠르게 상대 골문을 파고 들어가 환상적인 골을 터트렸다. 세세뇽과 2대1 패스를 시도한 지동원은 페널티지역 내 왼쪽에서 공을 잡은 뒤 튀어나오던 골키퍼 조 하트까지 제친 뒤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열정적인 지동원의 골 세리머니가 끝난 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지동원은 "리그 최고의 팀 중 하나인 맨시티를 상대로 마지막 순간 결승골을 넣은 것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라며 기뻐했다. 첼시전에 이어 맨시티전에서도 골사냥에 성공하며 '강호킬러' 면모를 뽐낸 지동원은 "오늘 경기처럼 올 한 해 내내 좋은 흐름과 기운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동원은 이날 득점으로 축구전문매체 골닷컴이 표현한 것처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영웅'이 되기도 했다. 맨시티는 전날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는 맨유가 블랙번에 2-3으로 덜미를 잡힌 터라 선덜랜드전이 승점 차를 벌릴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지동원에게 허를 찔린 맨시티는 시즌 2패(14승3무 승점45, 골득실+37)째를 당하면서 맨유(14승3무2패 승점45, 골득실+32)와 살얼음판 선두경쟁을 계속해서 펼쳐야 하는 부담감을 안게 됐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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