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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명봉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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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명봉역

입력
2012.01.0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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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아직도 은소금 하얀 햇살 속에 서 있겠지서울 가는 상행선 기차 앞에차창을 두드릴 듯나의 아버지저녁노을 목에 감고벚나무들 슬픔처럼 흰 꽃 터뜨리겠지

지상의 기차는 지금 막 떠나려 하겠지

아버지와 나 마지막 헤어진 간이역눈앞에 빙판길미리 알고봉황새 울어 주던 그날거기 그대로 내 어린 날눈 시리게 서 있겠지요

● 일본의 궁을 돌아다니다 허전한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 궁궐과 다른 거예요. 물론 역사가 다르고 건축양식도 다르니 당연하겠지만. 간결하고 아름다운 본채와 예쁜 안뜰 사이의 문을 오가다 알았습니다. 문들에 이름이 하나도 없네요. 경복궁에 가서 놀란 일은 그 많은 문마다 이름이 있다는 것. 동양학 전공하는 친구에게 하나하나 무슨 뜻인지를 물으며 생각했습니다. 처음 그 문을 열었던 이는 어떤 이유로 그런 이름을 붙였을까?

명봉(鳴鳳)역은 우는 봉황이라는 뜻을 지닌 광주와 순천 사이의 간이역이래요. 봉황의 울음은 선녀가 하늘에서 연주한 것처럼 슬프고 아름다운 소리를 의미합니다. 우리 이쁜 아가씨, 잘 다녀와요. 은소금처럼 환하고 정갈한 햇살 속에서 배웅해주시던 아버지의 목소리에 가장 어울리는 역의 이름. 그녀가 세상으로 나가던 첫 문에 붙여진 참 좋은 이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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