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67) KB금융지주 회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그는 30년 넘게 국제경영, 금융 분야 교수생활을 하다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으로 MB정부에 참여했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과 한국금융학회장 등도 역임했다. 일각에선 그가 국내 최대 민간 금융그룹의 수장에 오르자, 금융실무 경험이 없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어 회장이 이끈 KB금융그룹 1년6개월의 성적은 뛰어나다. 거침 없는 추진력과 리더십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급변하는 금융환경을 선도적으로 헤쳐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구랍 30일 서울 명동 KB금융지주 집무실에서 만난 어 회장은 폭넓은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금융시장은 물론 한국경제 전반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현 상황에서 정부가 고민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법률, 회계, 의료, 금융 등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늘리는 것입니다. 국내 5대 금융지주사들이 5,000명씩 채용규모를 늘린다면 수 만개의 질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집니다." 어 회장은 경영학자답게 금융회사가 우리 사회에서 맡아야 할 몫의 크기를 이렇게 수치화해 요약했다.
어 회장은 "계층 양극화 완화를 위해서도 일자리 창출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그는 이어 "국민은행 직원 규모가 다른 대형 은행보다 6,000명 정도 많다"며 "다른 은행들도 직원 규모를 국민은행 수준으로 늘린다면 고객서비스 향상과 첨단 금융분야 진출 등 금융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어 회장은 우리나라의 저성장 고착화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최근 2040세대가 여권에 불만을 나타내는 원인 역시 저성장의 장기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747(7% 경제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7대 경제강국) 정책이 대외 경제여건 악화로 사실상 실패하면서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에 따른 부동산 경기침체로 대다수 중산층의 자산가치가 오히려 떨어진데다, 대출이자 상승 등 가계부담은 늘어나면서 그 불만이 정부로 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청년실업과 40ㆍ50대의 빠른 퇴직 압력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도 크다"는 것이다.
어 회장은 이런 불만과 불안을 해소하려면 젊은 층에게 급변하는 경제구조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중ㆍ장년 층에겐 인생 2, 3모작이 가능하도록 기업들이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100세 시대에 대비해 50대에 퇴직하는 분들의 풍부한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해주는 것도 우리사회의 시급한 숙제"라고 말했다.
'금융권 탐욕'이라는 세간의 시선에는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자본금 20조원에 2조원 정도인 국민은행 순익이 과도하다면, 자본금 10조원인 현대중공업의 4조원 순익은 왜 당연시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캐나다, 호주 등의 금융기관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5% 정도인데, 우리는 10% 수준에 불과하다"며 "한국 금융회사 경영진이 경영을 잘못한다는 질타는 수긍할 수 있으나, 과도하게 이익을 낸다는 비판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 회장은 2010년 7월 취임 이후 KB카드 분사 등 공격 경영을 해왔지만, 새해에는 최대한 안정적인 경영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2012년에는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선진국의 내수 감소와 신흥국의 수출 둔화, 국제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예상된다"며 "내실 위주로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국내외 금융기관에 대한 무리한 인수ㆍ합병(M&A)을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대담= 고재학 경제부장 goindol@hk.co.kr
정리=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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