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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기후변화에 대한 자연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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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기후변화에 대한 자연의 복수

입력
2012.01.0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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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구적 기후변화는 현대 환경 문제의 핵심어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 문제가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여 년 전의 예측 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광범위한 기후변화가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시나리오에 따른 기후 변화 예측 결과를 보면 2050년이 되면 우리나라 해안지방의 경우 중부까지도 아열대의 기후로 바뀌며, 강수량은 16% 증가, 온도는 2.3도 증가, 해수면은 27 cm 상승 등이 예상되고 있다. 이런 환경 변화는 여러 가지 사회기반시설, 즉 댐, 도로, 교량, 건물, 방파제 등에 큰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숲이나 강물과 같은 자연 생태계에도 큰 변화와 교란을 일으킬 것이다.

이러한 기후변화의 원인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활동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석유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를 태우고 산림을 파괴해서 인간들은 매년 약 9.1 기가 톤(Gt)의 탄소를 공기 중으로 배출하고 있다. 지금까지 과학자나 정책 입안자들의 주 관심사는 이 양을 어떻게 줄 일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즉,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하거나, 에너지 사용 효율이 높은 연소기관의 개발, 공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저장하는 기술 등이 그것이다. 또 개개인들에게 에너지 사용을 줄이도록 교육하고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중요한 정책 중 하나였다.

그런데 지금까지 인간들이 간과해 왔던 자연생태계의 변화가 급속히 일어나고 있다. 사실 자연계에서는 인간들이 매년 배출하는 탄소량의 12배 정도의 탄소가 육상생태계의 식물과 미생물들을 통해, 그리고 9배에 달하는 양이 해양을 통해 균형 잡힌 순환을 하고 있다. 위에서 말한 인간이 배출하는 탄소도 약 절반 정도만 대기 중에 쌓이고 나머지는 숲과 바다에 흡수되고 있다. 그런데 인간으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고 강수 패턴이 바뀌다 보니, 오래 동안 평형을 이루어왔던 이러한 자연계의 반응에 불균형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 전 지표의 약 30%를 차지하는 북극의 영구동토에는 많은 양의 탄소가 쌓여있다. 이 지역은 너무 추워서 식물이 여름에만 겨우 자라지만 겨울이 되어 식물이 죽어도 썩지 않고 땅속에 그냥 쌓인다. 이렇게 쌓인 양이 1,500 기가 톤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극지의 온도가 특히 빠르게 상승하면서 이렇게 얼어붙어 있던 유기물이 녹아 분해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와 이보다 더 강력한 메탄 기체 발생 증가가 이미 관찰되고 있다. 또 이와 상극인 열대 지방에서도 우려할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열대 지방에는 물에 잠긴 습지들이 많이 있는데 여기에도 많은 양의 탄소들이 썩지 않고 쌓여 있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가뭄이 빈번해지고, 인간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물을 빼면서, 건조해진 습지에 산불이 나거나 미생물들의 분해속도가 빨라져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빠져나오고 있다. 지구 여기저기에서의 변화는 마치 과체중의 사람에게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의 다양한 성인병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는 것과 흡사하다.

지금까지 인간들은 산업 활동으로 인해 배출한 온실기체의 저감에만 초점을 맞추어 왔다. 또 우리들의 기술력으로 이를 모두 해결할 수도 있으리라는 낙관론도 존재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 큰 규모로 균형을 이루어왔던 자연은 이제 스스로 복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우리가 걱정은 했지만 언젠가는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왔던 문제가, 이미 우리의 손을 벗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강호정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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