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력가를 납치해 100억여원을 뜯어낸 후 해외로 도피했다 3년 만에 마카오에서 붙잡힌 김모(53)씨(본보 1일자 18면)의 말레이시아 한인회 부회장 살해사건 연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한인회 관계자는 1일 "지난해 10월30일 한인회 부회장 K(53)씨가 실종되기 직전 함께 있었던 김씨가 실종 장소인 다만사라의 한 콘도 밖 쓰레기처리장에 침대 시트와 이불을 버리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는 사실을 현지 교민 상당수가 알고 있다"고 말했다. K씨의 지인인 현지 교민은 "실종 직전 가족에게 전화를 건 K씨의 마지막 통화는 '여보, 나는 괜찮아…'라며 죽어가는 목소리였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일간지 더 스타는 지난달 15일 "경찰이 김씨 등이 머물렀던 콘도를 급습해 혈흔을 발견했고 김씨의 차에서 지문과 샘플을 채취했다"고 보도했다.
김씨는 강남 재력가 납치 후 100억여원을 뜯어낸 것과 유사한 수법으로 K씨를 상대로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한인회에 따르면 김씨는 현지에서 '박 회장'을 사칭하고 활동하며 향우회 등을 통해 K씨에게 접근한 뒤 술자리로 유인했다. 강남 재력가 납치처럼 지인을 통해 술자리로 끌어들인 후 범행한 것과 유사한 수법이다. K씨는 현지에서 플라스틱 파이프 제조공장을 운영하는 등 상당한 재력가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김씨는 K씨의 재산이 부인 등의 명의로 돼있어 쉽게 빼앗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이날 김씨를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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