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독자적인 기술로 한국형 원자로를 확보하기까지 1세대 원자력 과학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을 소개한다. 1982년 한국에너지연구소 소장으로 부임한 한필순 박사. 그는 우리 과학자들이 직접 설계하고 만드는 실용 기술 개발을 연구소의 목표로 삼고, 원자력 에너지 기술 자립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당시 월성에 짓고 있던 원자력발전소 중수로 연료의 국산화. 월성1호기는 캐나다에서 개발한 중수로인 '칸두(CANDU)' 형식으로 지어지고 있었다.
한필순 소장은 여러 갈래로 흩어진 연구를 성공할 수 있는 하나의 연구에 집중하기로 하고 모든 과학자들과 기술을 중수로 연료 개발에 투입, 시제품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성과물이 나온 것도 잠시, 캐나다는 중수로 연료의 시제품 성능 테스트에만 300만 달러를 요구했다. 당시 한국이 지불할 수 있었던 금액은 40만 달러. 원전 기술 자립을 위해 한필순 박사는 '공동설계'라는 전략을 고안한다. 원전 선진국 회사와 공동으로 발전소를 설계하는 계약을 맺어 한국의 과학자들이 선진국의 기술을 배우도록 한 것. 공동설계 파트너로 미국의 컴버스천 엔지니어링사를 선정하고 협업하지만, 원전 기술을 전수받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외국의 회사들은 한국 과학자들에게 허드렛일만 시키며 시간을 끌 뿐, 제대로 기술 이전을 해주려 하지 않았다. 한국의 과학자들은 특유의 근면성으로 불철주야 기술을 배우고 익혀 우리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을 획득한다. 이후 순수 국내 기술진에 의해 설계된 '한국표준형원전(KSNP)' 울진3, 4호기가 건설됐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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