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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왜 부자가 되려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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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왜 부자가 되려고 하나

입력
2012.01.0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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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부자 되세요"라는 말이 덕담처럼 오간다. 이 말에는 무조건 부자가 좋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어떻게 부자가 될 것인가는 묻지 않는다. 그저 돈을 벌어야 한다는 당위성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모두들 부자가 되기 위해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인다.

부자 신드롬이 우리 사회에 퍼진 건 경제가 어려웠던 IMF 위기 이후지만, 사실 이 신드롬은 자본주의와 그 뿌리를 같이 하는 꽤 오래된 증상이다.

지는 해는 어디서든 밝게 비친다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은 "시간은 돈"이라는 금언을 남겼는데, "인간에게는 하루 24시간이 공평하게 주어졌으니, 이를 낭비하지 말고 노동과 생산에 쓰면 전부 돈이 되고 부자가 될 것"이라는 의미였다. 여기서도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 얼마나 벌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돈을 버는 것은 선이며,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메시지만 전해준다.

아담 스미스는 1759년에 발표한 <도덕감정론> 에서 이렇게 물었다. "이 모든 수고와 부산함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탐욕과 야심을 품고, 부와 권력과 명성을 추구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생필품을 얻기 위해서인가? 그것은 가장 가난한 노동자의 임금으로도 얻을 수 있다."

그는 모방적 경쟁심리와 허영에서 그 답을 찾았다. 부유함이 세상의 이목을 끌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기 때문에 사람들은 부자가 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하늘이 노하여 야심을 불어넣은 '가난한 자의 아들'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 주인공은 부자가 되기 위해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불안을 감수하고, 미워하는 사람들을 섬기고, 경멸하는 자에게까지 아부해가며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한다. 마침내 나이가 들어 부와 권세를 얻었을 때야 비로소 그것을 위해 포기했던 마음의 평화와 소박한 안정이 훨씬 더 소중했음을 깨닫는다. 아담 스미스는 이렇게 끝맺는다. "큰길 가에서 햇볕을 쬐고 앉아 있는 거지도 제왕들이 전투를 통해 지키려고 하는 그러한 안전을 이미 누리고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쓴 <월든> (1854)에도 이와 비슷한 대목이 나온다. "당신이 가장 부유할 때 당신의 삶은 가장 빈곤하게 보인다. 당신이 비록 구빈원의 신세를 지고 있더라도 그곳에서 유쾌하고 고무적이며 멋진 시간들을 가질 수 있다. 지는 해는 부자의 저택이나 마찬가지로 양로원의 창에도 밝게 비친다."

소로우가 갈파했듯이 "인간이 얼마나 부유한가는 없이 지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에 달려있다. 인간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얽매임 없는 자유기 때문이다. <월든> 의 마지막 장에는 쿠루에 사는 장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완전을 갈구하던 이 장인은 어느날 지팡이를 만들기로 한다. 불완전한 일에는 시간이 한 요소가 되겠지만 완전한 일에는 시간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그는 한평생 다른 일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모든 점에서 완벽한 지팡이를 만들겠다고 결심한다. 그가 숲으로 들어가 쓸만한 나무를 구하는 사이 친구들은 다른 일을 하다 늙어 죽었다. 적당한 재목을 찾아냈을 때 쿠루는 폐허가 된 지 오래였고, 지팡이의 모양이 채 갖추어지기도 전에 칸다하르 왕조가 망했다.

생활의 경제학 배우는 지혜를

소로우는 이 장인처럼 완벽을 추구하는 데 매진한다면 인생을 의도한 대로 살아갈 만한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말한다. 일 중독, 소비 중독에 빠져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삶을 허비한다면 시간은 빠르게 소진되지만, 삶을 무한한 가치로 여긴다면 시간은 우리 삶을 방해하지 못한다. 우리에게 인생이 모자라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새해 첫날 <월든> 을 다시 읽는다. <월든> 의 제1장 제목은 경제다. 소로우는 정치경제학이 아니라 생활의 경제학을 배우라고 말한다.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면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더라도 행복하게 살아나갈 수 있다.

박정태 경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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