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31일. 아시안컵을 끝으로 박지성(31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태극마크를 내려놓자 팬들의 한숨 소리가 절로 터져 나왔다. 그러나 한 선수만큼은 '전설'의 응원 소리에 날아갈 듯 기뻤다. '후계자를 지목해달라'라는 질문에 박지성의 입에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리고 김보경(23ㆍ세레소 오사카)이라는 이름이 울려 퍼졌다. 축구팬들에게 김보경의 존재가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박지성의 후계자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누구보다 힘차게 달려온 김보경은 런던올림픽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런던올림픽을 '박지성 후계자' 인증의 무대로 삼겠다는 김보경은 멋진 왼발 발리슛을 벼르고 있다.
전설의 등 번호 7번 인계
2011년은 박지성의 은퇴로 '등 번호 7번'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박지성이 대표팀에서 달았던 7번은 에이스를 상징하는 번호였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5일 온두라스와 친선경기에서 '전설의 7번'을 물려 받은 주인공이 공개됐다. 박지성이 지목했던 것처럼 김보경이 7번을 인계 받았다.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김보경은 박지성의 포지션에서 뛰면서 후계자 인증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했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닉네임에 대해 김보경은 '긍정적 부담감'을 나타냈다. 그는 "정말 기분이 좋고 부담도 따른다. 하지만 이제는 나만의 스타일로 지성이 형을 따라가야 한다. 지성이 형이 준 기회라 생각하고 매 순간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박지성과 비교하기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김보경은 "지성이 형과 비교하는 글을 많이 보게 되는데 그건 중요하지 않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지금은 부끄럽다"며 "선수로서 정말 존경하고 닮고 싶은 부분이 많다. 형이면서 좋은 선배, 멘토"라고 설명했다.
'박지성보다 나은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김보경은 "이제부터 보여주고 싶다"며 숨겼던 이빨을 드러냈다. 김보경은 공교롭게 빅리그의 도전 과정도 박지성과 판박이. 일본 무대를 거쳐 유럽무대를 밟았던 박지성처럼 김보경도 2010년 일본무대에서 프로에 입문했다. 유럽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김보경은 '빅리그 입성 과정도 비슷하다'는 점에 대해 "그렇게 된다면 영광이다. 그리고 그렇게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착역을 프리미어리그나 프리메라리가로 잡고 있는 김보경은 "빅리그 진출을 위해 하부리그를 하나씩 경험하며 목표를 향해 다가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신적 플레이로 올림픽 우승 목표
김보경에게 2012년이 기대되는 이유는 런던올림픽 때문이다. 유럽파가 대부분 빠지게 되는 런던올림픽에서 김보경은 에이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런던올림픽 각오를 밝혀달라'고 하자 김보경은 "항상 속으로 기다리고 있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올림픽 본선에 진출해서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한국은 런던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2승1무로 A조 1위를 달리고 있다. 김보경은 "팬들이 기대하는 만큼 책임감을 갖고 있다. 그게 나를 더 강하게 만들고 있다"며 에이스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김보경은 지난 해 세레소 오사카에서 중추적인 활약을 펼치며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인 골은 올림픽대표팀 경기에서 나왔다. 지난 9월 21일 오만과 런던올림픽 최종예선 1차전 오만전에서 승부의 쐐기를 박은 득점이 '2011년 김보경이 뽑은 최고의 골'. 2011년의 평점은 10점 만점의 4.5점이라고 스스로 평가했다. 김보경은 "몸 상태도 좋고 여러 가지 면에서 좋았을 때 부상당한 게 개인적으로 아쉽다.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다"고 밝혔다. 전북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코뼈 골절상을 당했던 김보경은 상승세가 한풀 꺾인 바 있다. "경기 운영이나 기술적인 면, 특히 골 결정력 향상이 자신감으로 연결됐다"며 시즌 성과를 밝힌 김보경은 '좋은 결과는 좋은 준비가 만들어준다'는 좌우명처럼 런던올림픽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