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폭력과 따돌림에 절망한 어린 학생들이 목숨을 버리고 있는데 정작 관심을 기울여야 할 교육과학기술부가 별 말이 없다. 지난달 29일 학교폭력 예방 관련 시민단체들이 교과부 앞에서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어 한 학생은 '연 2회 폭력피해 실태조사가 교과부 대책인가?'라는 글을 들고 1인시위를 했다. 최근 상황을 보면 이주호 장관은 물러나고, 담당 공무원들도 자리를 내놓으라는 그들의 주장에 공감이 간다.
학교 현장에서 느낀 그들의 주장은 당연해 보인다. 학교폭력 전문가 예방교육, 학생과 교사의 인권교육 의무 실시,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 외부전문가 중심 구성, 지역교육청별 시민감사관제도 신설 등이 그것이다. 정부가 2004년 학교폭력 예방법을 제정하고, 교과부가 지난해 7월 '종합적 근절대책'으로 학교폭력을 뿌리뽑겠다고 약속했는데도 여전히 이러한 요구가 제기되고 있으니 그 동안 교과부가 무슨 대책을 세워 어떻게 실행해 왔는지 짐작할 만하다.
어제 경찰청은 1만2,000명에 이르는 형사들을 동원해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학교와 학원가 우범지대 순찰을 강화하고, 수업 종료 시간대에 주변에 형사기동대를 배치하겠다고 한다. 학교폭력 방지를 중요한 민생치안의 일환으로 여기는 발상인데 문제가 불거진 학교폭력의 본질과 원인을 잘못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대구와 광주 등에서 피해학생의 자살로 표면화한 학교 내부의 폭력행위를 그런 식으로 막자면 1만2,000명이 아니라 120만 명의 형사가 동원돼도 불가능하다.
학교 학생 학부모가 예방과 치료의 주체가 되어야 하므로 교과부가 주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장의 심각성을 모르고 적극적인 의지도 없으니 주도할 수 없는 게 아닌가. 청사 앞에서 호소하고 있는 시위자들의 주장에만 주목해도 방법은 있다. 그 요구들은 오랫동안 교육현장에서 나왔던 내용이다. 방학이어서 개학 때까지 다소 시간이 있는 것이 다행이다. 교과부가 적극 나선다면 학교와 학생, 학부모가 협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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