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의 북한은 일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을 앞세워 '김정은 시대'를 안착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인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힘을 기울이겠지만 당장 북한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하긴 힘들 전망이다.
김 위원장 사후의 북한이 어디로 나아갈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청사진이 될 것으로 주목을 끌었던 신년 공동사설은 김정일 시대의 사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이날 노동신문과 조선인민군, 청년전위 등 3개 신문이 실은 공동사설의 제목은 '위대한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받들어 2012년을 강성부흥의 전성기가 펼쳐지는 자랑찬 승리의 해로 빛내이자'였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군 최고사령관에 등극하며 명실공히 '김정은 시대'가 됐지만 여전히 김정일을 앞세운 신년사가 나온 것은 김정일 유훈 통치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와 함께 신년사는 "백두의 천출명장 김정은 동지의 선군혁명 영도를 충직하게 받들어나가며, 전군에 김정은 동지의 명령 지시를 한치의 드팀도 없이 무조건 결사 관철하는 혁명적 기풍을 확고히 세워야 한다"며 김 최고사령관에 대한 충성심을 독려했다.
김정은 시대의 단초를 엿볼 수 있는 대목들도 포착됐다. 먼저 "새 세기 산업혁명의 봉화가 타올라 우리 경제가 지식경제형 강국 건설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고 밝힌 것이 눈길을 끈다. 이는 김일성 전 주석의 주체 사상으로 정치강국이 실현되고 김 위원장의 핵 보유로 군사강국이 구축된 만큼 김정은 최고사령관은 새 세기 산업혁명을 통해서 경제 강국을 완성하는 데 매진할 것임을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설은 특히 "식량 문제를 푸는 것은 강성국가 건설의 초미의 문제"라며 "인민의 기호에 맞고 인민의 인정을 받는 질 좋은 경공업 제품들이 더 많이 쏟아져 나오게 해야 한다"고 역설해 북한이 앞으로 경제 발전을 위해 매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강성대국'대신 '강성부흥'이란 표현이 많이 사용된 점도 주목된다. 올해 신년사에선 '강성대국'이란 용어가 5번 언급돼, 지난해의 19회에 비해 급감했다. 대신 '강성부흥 구상이 빛나는 결실을 맺게 되는 해' '강성번영''강성국가'등이 쓰였다. 올해 강성대국의 실현이 어렵게 되자 소극적 표현이 등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남북관계에서 원칙을 강조한 것은 흥미롭다. 사설은 일단 조문 불허 방침과 관련, "남조선 역적패당의 반인륜적 반민족적 행위는 치솟는 분노와 규탄을 불러일으켰다"며 남한 정부를 비난했다. 그러나 이는 실명을 거론한 지난달 30일 국방위 성명보단 수위가 낮아진 것이다.
나아가 "올해는 6ㆍ15 공동선언의 실천 강령인 10ㆍ4 선언 발표 5돌이 되는 해"라며 "민족적 화해와 단합은 조국 통일의 전제이고 담보"라고 강조했다. 해석에 따라선 대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4년 만에 다시 주한미국 철수 주장도 나왔지만 문맥으로 볼 때 특별한 의미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통일부는 이날 신년사와 관련, "(북한은) 김정일 유훈 통치에 따른 기존 정책 노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대화하고 협력하는 상황이 오길 바라는 우리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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