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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용등사해(龍騰四海)와 소통하기

입력
2012.01.0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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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년 새해를 맞아 세계가 중국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이 막강한 경제력을 앞세워 유로 위기의 구원투수로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유일하게 북한과 소통함으로써 김정은 북한 체제를 탐색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방중 성과 어디에 달렸나

올해로 중일 국교 정상화 40주년을 맞은 일본은 지난달 25일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며 북한 거주 일본인 피랍자 문제 해결에 협력을 요청하는 등 핫라인 구축에 주력했다. 미국은 톰 도닐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말 중국 외교부의 실무 사령탑인 다이빙궈 국무위원과 전화 회담을 하고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다.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차관보는 이번 주 중국을 방문한다. 올해로 국교정상화 40주년을 맞는 미중은 2월 중국 차기 지도자 시진핑 국가 부주석이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한반도 문제 등 동북아 정세를 논의하기 위한 양국 간 협의채널을 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말 임성남 한반도평화본부장이 중국을 찾은 데 이어 한중 고위급 전략대화가 열렸고 다음 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후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한중 수교 20주년인 올해 이 대통령의 방중을 통해 양국이 김 위원장 사망 이후 긴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 등에서 어떤 협력관계를 모색할지 주목된다. 그러나 북한 국방위원회가 최근 성명을 통해"이명박 역적 패당과는 영원히 상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듯, 올해 남북관계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방중은 '을(乙)의 처지'에서 중국에 협조를 구하는 입장일 수 밖에 없다. 또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철저한 단속 협력을 요청하는 것도 시급하다.

그러나 외교란 신뢰를 주고 받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가 현실적으로 '을의 입장'이라도 줄 것은 줘야 하는 것이 게임의 원칙이다. 노다 일본 총리의 방중에서 보듯 일본은 중국을 껴안기 위해 100억달러 규모의 중국 국채를 사들이고 엔-위안화 결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 의사 표명 등의 큰 선물 보따리를 내밀었다. 중국은 흔쾌히 일본과의 협력 의사를 밝혔다.

신뢰를 얻으려면 신뢰를 줘라

그러나 우리는 이 대통령의 방중에서 중국에게 협조를 구할 것은 부지기수인 반면 이렇다 하게 줄 것이 없다는 게 고민이다. 후 주석을 비롯, 미래 권력인 시 부주석과 리커창 상무부총리가 과거 방한할 때마다 한중 FTA의 조속한 협상 개시를 입이 달도록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는 주저하는 표정을 확연히 드러내며 대충 얼버무리는 태도로 일관해 왔다. 이 대통령 방중에서도 이런 모습이 재연된다면 중국은 유쾌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최근 한미 FTA 국회비준 과정에서 홍역을 치렀다. 여기에다 내년 총ㆍ대선을 앞두고 한중 FTA 카드를 꺼내 든다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 대통령의 방중에서 한중 FTA 협상 개시에 대한 획기적인 언급이 없다면 우리가 원하는 한중 간 소통과 실질적 협력은 얻기 힘들 것이다.

장학만 베이징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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