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현대음악은 작곡가 존 케이지(1912~1992)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그가 등장하면서 전후 현대음악은 아방가르드의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한다. 소음과 침묵도 음악의 요소임을 선언하고, 작곡 기법으로 불확정성과 우연을 도입하는 등 상식의 허를 찌르고 기존 관념을 뛰어 넘는 그의 음악 세계는 미술, 무용 등 다른 예술 분야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현대무용의 머스 커닝햄, 비디오아트의 백남준 등 거장들이 그의 지우이자 동료였다.
그가 26세 때 발명한 ‘prepared piano’는 나사못, 종이, 고무지우개 등을 피아노 현 사이에 끼우거나 해머에 부착해 피아노 소리를 바꿔 버렸다. 그에 대한 오해와 악평이 절정을 이룬 것은 1954년 발표한 ‘4분 33초’. 그 시간 동안 연주자가 피아노 앞에 앉았다 퇴장하기까지 들리는 모든 소리가 음악이며 그 현장이 바로 작곡이라는 논리의 작품이다.
이에 앞서 1945년부터 본격 탐닉한 동양철학과 선 사상은 그의 작품 세계를 규정짓는 중요 요소 중 하나다. 기존 오선보가 아닌 부정형 도형 악보, 전자기기의 적극 사용 등 그가 했던 다양한 실험은 오늘날까지 음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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