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에도 세계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암울할 전망이 잇따르자 주요국 정상들은 희망 대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의 신년 메시지를 쏟아냈다. 특히 재정위기를 겪는 유럽 정상들의 신년사에는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지 못하는 괴로움과 버티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비장함이 함께 묻어났다.
유로존 위기 수습을 진두지휘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31일 TV로 중계된 신년사에서 “이 시점에서 재정위기는 여전히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며 “2012년은 의심할 바 없이 2011년보다 더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프랑스 등 유로존 핵심국가로 언제든지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3% 내외의 경제성장을 기록한 독일은 올해는 0.5~1.0%의 저조한 성장세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메르켈 총리는 “유로화는 경제를 부강하게 했고 일상생활을 편하게 했을 뿐 아니라 2008년 금융위기에서 우리를 보호했다”며 유로존 붕괴 우려를 강하게 일축했다.
올해 대선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와 힘겨운 싸움을 치를 것으로 보이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012년은 위험으로 가득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위기를 탈출하고, 새로운 성장모델을 만들며, 새로운 유럽을 창조해야 하는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며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유럽 정상들은 더 침울한 신년사를 내놓았다. 올 한해에만 전체 국가부채의 4분의 1인 3,000억유로를 차환(갈아타기)해야 하는 이탈리아의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젊은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는 (기성세대의) 희생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희생은 피해갈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연금수령 연령을 높이고 각종 세금을 인상하는 등의 강도높은 긴축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한 발언이다.
‘위기의 진원지’ 그리스의 루카스 파파데모스 총리는 “국민은 매우 힘든 시기를 준비해야 한다”며 “(구제금융의 조건이 결정되는) 2012년의 첫 3개월이 그리스의 수십 년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도호쿠(東北) 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로 전후 가장 우울한 한 해를 보낸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와 저출산을 경험하고 있다”며 “경제 성장과 재정 건전화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는데 온 힘을 쏟자”고 호소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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