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모한 작품들은 작년과 수준이 비슷하였으며, 스토리텔링 위주의 작품이 많았다.
'희곡의 글쓰기'에 대해서 작가 지망생들은 진지하게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사유해야 할 것이다. 희곡은 삶의 현상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삶과 인간 내면에 대한 집요한 해부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삶의 본질에 대한 사유나 거기서 파생되는 개별성과 보편성이 결여되고 스토리텔링이 위주인 희곡은 내용과 형식이 상투적이고 도식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대부분의 작품이 최근 세계적인 흐름을 급급하게 따라가는 모양새여서 읽는 즐거움도, 작가에 대한 흥미로움도 가지지 못했다.
최종적으로 오른 후보작은 한정수의 '카페 카스트로폴리스', 박수진의 '강변터미널- 바람의 노래에 춤추는 나무', 김재동의 '밀어서 잠금해제', 허진원의 '덫'이었다. 한정수의 '카페 카스트로폴리스'는 인터넷 카페 회원을 둘러싼 권력 다툼을 그린 작품으로 권력의 양상과 그것을 쟁취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그려냈으나 그 구조와 인물들이 상투적으로 그려졌다. 박수진의 '강변터미널'은 노숙자를 중심으로 하나의 패턴이 변주를 일으키는 내러티브 구조를 직조했으나 인물들의 세계가 공감을 구하지 못하고 소녀적인 감상적 묘사에 머물렀고, 김재동의 '밀어서 잠금해제'는 소재의 참신함이 보였으나 얘기를 끌고 가는 것이 억지스러웠다.
허진원의 '덫'은 희곡의 본질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수작이었다. 특히 인간 내면을 파고드는 집요한 추적이 장점이었다. 마지막 결말 부분이 미진하지만 연출가에게는 흥미롭게 해석 구현할 수 있는 상상의 장이 될 듯하다. 허진원씨의 수상을 축하하며 공모에서 떨어진 작가 지망생들의 분발을 기원한다.
심사위원 이윤택(극작가ㆍ연출가) 박정희(연출가ㆍ 극단 풍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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