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무의식이 말을 할 때에는 우리 모두가 우리 모두에게 말하는 것과 같다'는 J. H. 휠록의 말을 빌려 당선작 '산새'(조정일)를 세상에 내보이는 기쁨을 외치고자 한다. 총 190여명의 응모작을 읽어내면서, 예년과 다름없이 '동시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말의 잔치'라는 해묵은 오해에 거듭 시달리던 심사위원들은 응모 번호 172번에 이르러서야 수작을 발견하고 감탄하며 안도했다.
총 55자 15행의 한 줌 언어로 영성으로 가득 찬 자연과 우주의 심연을 보여준 이 시는, 산새와 함께 우리를 걷게 한다. '숨 멈추고/ 한 발// 보고, 듣고,/ 숨쉬고'의 긴장감 넘치는 리듬과 행과 행 사이의 무한 간극 또한 자연계의 질서를 그려낸 듯 거리낌이 없다.
맑은 시 정신을 보여준 '겨울 발자국' '노래' '이른 아침'(이상 김우섭), 재기 넘치지만 양감이 부족한 '투명한 말''등산'(김아삭)도 눈에 띄었다. 더욱 발전되고 완성되면 뛰어난 동시가 되리라 믿는다.
'산새'를 읽는다면 어떤 침략자도 황폐하고 남루한 삶의 주인공도 그 작고 가벼운 걸음과 그 걸음의 찰나를 숨 쉬면서 가랑잎과 빗방울의 낙하를 지켜보게 될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생명과 자연의 영성을 호흡하게 될 것이다.
심사위원 김용택(시인) 이상희(시인ㆍ그림책 작가)
사진 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