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정점에 있는 것이 시라고 생각해요."
외로움과 용기 없이는 시를 쓸 수 없는 시대지만, 시를 향한 열정은 여전히 높고 단단하다. 올해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 류성훈(31)씨도 그렇다. 고등학교 시절 백일장 수상을 계기로 문창과에 입학한 후 한결같이 시만 쳐다보고 왔다는 그는 "언어로 만드는 최고의 아름다움이 시"라고 강조했다. 인간의 사유가 언어로 구조화돼 있고 예술의 기반이 결국 언어라면, 그 언어의 정점에 있는 시가 모든 예술의 정점이라는 소신이다. 그는 "그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시인이 되고 싶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류씨는 명지대 문예창작과를 나와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시 연구자. 백석의 근대성과 향토성을 주제로 석사학위 논문을 썼다.
그간 여러 차례 신춘문예 최종심까지 올랐다가 고배를 마셨던 그가 등단의 소식을 듣게 된 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류씨는 "포기하고 있던 차여서 믿기지 않았다"며 "마침 집에 함께 있던 아버지와 얼싸안고 울었다"고 쑥스럽게 말했다.
등단의 꿈을 안긴 당선작 '월면 채굴기'는 뇌종양 수술을 받는 부친의 모습을 달 표면의 채굴에 비유하는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는 "예전에 친척 한 분이 뇌종양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때 하늘의 달을 보면서 착상하게 됐다"며 "힘든 세상에서 구슬프게 이어져온 가족애를 담아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시가 좋아서 들어선 길인데, 앞으로 바보처럼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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