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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소설 - '고열'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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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소설 - '고열' 심사평

입력
2011.12.30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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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작품들이 폭넓고 다양했다. 소재도 다양하고 서사기법도 정통적인 방식에서부터 실험적인 방식까지 안정과 패기가 함께 하는 모습이었다.

본심에서 눈여겨 본 작품은 '작고 예쁜 클리셰', '불평등의 기원에 관하여', '잠자리', '내기의 방식' '달걀전집' 다섯 편이었다.

'작고 예쁜 클리셰'는 이혼한 부모의 재결합을 원하지 않는 중학생의 이야기로 그쯤 되면 어른들의 세계를 자기식으로 판단하고 의뭉스럽게 들여다볼 줄도 안다. 그러나 그 시각과 표현이 중학생의 것이 아니라 작가의 말을 대신 읽는 듯해 재미를 반감시켰다.

'불평등의 기원에 관하여'는 재미있고 빠르게 읽히는 미덕을 가졌으나 작품 앞부분에 보다 과감한 생략과 압축이 필요하며 트위터에 올린 글 하나로 국민적 좌빨색녀가 되어가는 과정과 불평등의 연관성이 짐작되지 않는다.

'잠자리'는 치매를 앓는 아버지와 가족들의 갈등을 다룬 작품으로 문장이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이 무난하기는 하나 내용이 익숙하고도 지루하게 느껴져 별다른 매력을 주지 못한다.

남은 두 작품 중 '고열'은 아이를 잃은 여자가 아이의 용품을 하나하나 버리며 자기 안으로 숨어드는 이야기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땐 아이가 없어진 정황에 대한 이야기부터 나와야 할 것 같은데 그런 것은 모두 뒤로 감추고 오직 자기 자신만을 관찰의 대상으로 놓고 심리와 동선을 꽃그림의 접사 사진을 보여주듯 세밀하게 그려내는 솜씨가 여간 아니다. 세상 밖으로 나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달걀껍질 속으로 숨어들 듯 나는 뭐냐? 하는 질문만을 고집스럽게 하고 있는 묘사의 압박도 대단하다.

또 한 작품 '내기의 목적'은 패기 있는 작품이다. 작품의 발상도 좋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도 좋다. 회사 안에서 늘 생계형 내기를 걸며 살았던 S의 삶과 그의 뒤를 이어 또 다른 목적으로 비슷한 내기에 빠져들었다가 끝내 퇴사를 당하는 나의 모습이 어떻게 다른지를 한편의 보고서처럼 고찰한다. 작품 속에 나오는 내기가 가지는 비유적 의미도 각별하다.

이 두 작품에 대해 심사위원은 오래 고민하고, 두 작품 다 어느 것도 다른 하나를 위해 쉽게 내려놓을 수 없다는 것에 동의하고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두 작품 다 당선작으로 내기로 했다. 두 배의 축하 속에 힘차게 정진하기 바란다.

심사위원 이제하(소설가)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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