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작 중 '그 놈이 왔다!'(우옥조), '내 맘대로 변신'(김은중) '괜찮아, 괜찮아'(김보경) '나랑 놀고 가!'(나은경)를 추려 논의를 하다가 '나랑 놀고 가!'를 쉽게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나랑 놀고 가!'는 열한 살 '나'인 정주와 또 다른 열한 살 '아이'가 꿈꾸는 따뜻한 집 이야기다. 정주는 믿음직스럽지 못하고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집을 나간 어머니를 기다리는 퍽 사교성 있는 아이이고, '아이'는 지하철역이 들어서기 전에 있었던 산에 살던 붙임성 있는 어린 도깨비다. 정주의 어머니는 언젠가 정주와 함께 살 방을 얻기 위해 이모집에 얹혀 살고, 아이의 부모는 새로 살 집을 찾아 다니고 있다. 그래서 외로워진 두 아이가 지하철 역에서 만나 한나절도 안 되는 시간을 함께 보내는데, 그 어디에도 아이가 도깨비란 표현은 없다. 그렇지만 곳곳에 장치된 아이가 도깨비임을 암시하는 문장은 가히 예술이다. 생활동화가 압도적으로 많은 응모작 중에서 단연 돋보이게 한 판타지의 힘이다. 동화의 생명이 판타지임을 인지하고 동화작가를 꿈꾸는 이들이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는개처럼 스며드는 아련한 감동과 점점 부각되는 제목 '나랑 놀고 가!'이다.
성별에 혼돈을 주는 정주란 이름과 군데군데 열한 살에 어울리지 않는 내레이션이 흠이긴 하지만 당선작으로는 손색이 없다. '내 맘대로 변신'에도 호랑이로 변신한 아저씨가 나오지만 아저씨의 정체가 '나랑 놀고 가!'의 아이처럼 선명하지 않다. '그 놈이 왔다!'도 성주대감, 조왕할멈 등 집을 지켜주는 신령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등장시켰지만 따뜻하게 안겨줄 그 무엇이 부족하다. 동화는 독자에게 언제 발아될지 모를 씨앗 하나를 심어주는 '감동의 문학'이다. 재미가 넘치고 넘쳐도 그것은 일회성이지만, 감동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심사위원 이상교(동화작가) 배익천(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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