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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동시 - '산새' 조정일 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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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동시 - '산새' 조정일 당선소감

입력
2011.12.3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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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요 사월에. 최순우 옛집 뒤뜰에서 볕 쬐는데, 어떤 선생님이 애들을 데리고 와요. 오 분 동안 봄 햇살 느끼고 시 쓰라고. "지금부터 말하는 사람은 시 하나 더 쓰기. 지난번에는 선생님 감동시킨 사람이 하나도 없어. 시작."

하니까 애들이 봄 햇살 느낀다고 요래조래 가만 앉아있어. 오 분 동안 말 안하고, 말 하면 시 하나 더 쓰니까. 나도 가만있었지. 부스럭거리면 방해될까봐 똑같이. 한 애는 해 보고, 한 애는 나무보고, 한 애는 담 쳐다보고, 오 분이 지났어.

이제 시를 쓰는데, 애들이 목소리 작게 묻는다. "선생님, 2연 4행으로 해요?", "바람은 아직 겨울바람이에요?", "화장실은 어디에요?" 다른 애들이 시 쓰고 있으니까 말을 소곤소곤 해. 애들은 시 쓰고, 난 계속 한쪽에 가만있고. 시는 더 오래 쓰잖아. 혼자 심심하고 궁금하지, 뭘 쓰는지. 그런데 성격이 내성적이라 못 물어보고 그냥 '아이들이 오 분 동안 봄 햇살을 느끼고 시를 쓴다.' 그렇게 수첩에 적었어.

그런데 애들 말 중에 진짜 웃기는 말이. "선생님, 시 쓰면서 또 느껴도 돼요?" 우리는 보통 그런 말 안 쓰잖아. 그런데 걔는 조금만 더 느끼면 좋겠는데 느끼는 시간은 끝났고, 자기 느낌은 안 끝나고. 어떡해. 일부러 안 느끼려고 참다가 안돼서 물었나봐. 된다 그랬지 선생님은. 그런데 나는, 느껴도 돼요 선생님 또 느껴도 돼요? 와 그 말이 정말.

봄이 새로 옵니다. 아버지, 어머니, 태선, 정호 그리고 지금 저를 떠올리는 분들 모두와 이 기쁨을 나눕니다. 정진하겠습니다.

사진 김주영기자 wi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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