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혹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남부지검은 29일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과 KBS 장모 기자를 불기소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지난 11월 초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뒤 한 의원을 전격 소환 조사하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의혹을 규명하겠다"던 검찰은 "도청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이로써 6개월을 끌어온 도청 의혹 사건은 미제로 남게 됐다. 검찰과 경찰의 무능 수사, 눈치보기 수사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수사당국도 할 말은 있는 듯하다. 한 관계자는 "한선교 의원 소환, 국회 내부 CCTV 동영상과 통화내역, 이메일 등을 조사하고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등 진상 규명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다"고 했다.
하지만 과연 수사당국은 여당 국회의원과 대형 방송사를 상대로 성역없는 수사를 벌였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경찰은 소환에 불응하다 "처음 보는 사람이 문건을 건넸고, 지금은 갖고 있지 않다"는 서면 답변만 제출한 한 의원을 제대로 추궁하지도 못했다. 도청의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는 장 기자의 노트북과 휴대폰 분실이 증거 은폐 시도로 추정됐는데도 뒤늦게 수사 착수 시늉만 내며 증거 확보 기회를 놓쳤다. 검찰 역시 뭐 하나 속시원히 밝혀내지 못하고 연말 분위기에 편승해 슬그머니 사건을 털어버린 듯한 느낌이다.
야당 대표실이 도청된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도청 문건이 엄연히 존재하는 데도 도청한 사람은 없다는 것이 수사당국의 발표 내용이다. 검경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높아지고 있다.
정승임 사회부 기자 chon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