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30일 최종 타결한 새해 예산안은 성장보다는 복지에 무게를 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4대강 사업 관련 예산 등 이명박 대통령이 중점을 뒀던 예산이 줄어든 대신 저소득층 사회보험료 등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강조해온 예산이 일정 부분 반영됐다. 여야는 31일 본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현정부 들어 여야가 처음으로 연내에 예산안을 합의 처리하게 됐다. 하지만 법정 예산안 처리 시한(12월2일)을 넘긴 것은 물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강행처리로 파행을 겪다 막판에 몰려 벼락치기를 하는 오점을 남겼다.
325조5,000억 새해 예산안 합의
새해 예산 총지출 규모는 정부 원안보다 6,000억원 삭감된 325조5,000억원으로 결정됐다. 정부 예산안에서 3조 9,000억원을 삭감하고 3조 3,000억원을 증액하기로 했다.
삭감 예산에는 야당이 4대강 사업과 관련됐다고 주장해온 저수지 둑 높이기(2,000억원)와 경인아라뱃길(100억원) 이명박정부에서 중점 추진한 해외자원 개발(1,600억원) 사업비가 포함됐다. 제주해군기지(1,278억원) 예산도 설계비와 보상비로 책정된 49억원을 빼곤 사실상 모두 삭감돼 당분간 착공이 어려워졌다. '형님 예산'이라고 불리는 포항지역 사회기반시설 예산도 200억원 깎였다. 세입에서는 국세 감소분(1,700억원)과 인천공항공사 매각대금 감액분(4,300억원)을 포함한 6,000억원이 삭감됐다.
대신 여야는 대학등록금(3,323억원) 및 무상급식(1,264억원) 무상보육(3,752억원) 지원 사업 등에 3조3,000억원을 증액하기로 했다. 특히 박 비대위원장이 요구한 증액 예산 가운데 ▦저소득층 사회보험료지원 1,549억원 ▦든든학자금(ICL) 금리 인하 823억원 ▦취업활동수당(취업희망패키지) 1,529억원 등 총 5,000억원 규모가 반영됐다
야권은 '박근혜 예산'이 반영됐다는 주장에 대해 "이른바 '박근혜 예산'이라는 것도 기존 사업 항목일 뿐 새로운 실체가 아니다"고 평가절하했다. 예결위 민주통합당 간사인 강기정 의원은 "청년 실업자에게 월 30만~50만원씩 지급하는 취업활동수당은 책정되지 않았고 다만 취업희망패키지가 추가됐다" 고 말했다.
같은 당 홍영표 원내대변인은 "정부는 애초 약속한 대로 농협 신ㆍ경 분리를 위해 6조원을 지원하거나 아니면 1년 동안 신ㆍ경 분리를 유예해야 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예산안 합의 처리는 어려울 수 있다"고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조용환 후보자 임명 동의 등 31일로 연기
이와 함께 여야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한미 FTA 재협상 촉구 결의안과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의 쟁점 및 민생 관련 법안 126건을 처리했다. 한미 FTA 재협상 촉구결의안은 당초 전날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의원들이 잇따라 자리를 뜨는 바람에 의결정족수 미달로 이날로 넘어와 처리됐다. 이날도 처리 안건이 산적해 2~3분에 1건씩 표결ㆍ처리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하지만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및 김용덕∙박보영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는 31일 본회의로 연기됐다. 민주통합당은 조 후보자와 김∙박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패키지로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나라당 일부에선 여전히 조 후보자 동의안 통과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인권법과 국회선진화법은 이번 회기에 끝내 처리되지 못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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