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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2012년 새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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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2012년 새 아침

입력
2011.12.3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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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고대인들이 세상의 시작과 종말에 관해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장구(長久)한 시간의 주기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건 놀랍다. 아마 낮과 밤, 달의 차고 기울음, 계절의 변화 같은 우주적 순환에 대한 통찰이 주기적인 세상의 시종(始終)에 대한 심오한 상상력의 원천이 됐을 것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세차(歲差)운동으로 지구의 자전축이 1회전하는 2만5,000여 년마다 서로 다른 세상의 시작과 종말이 순환한다고 믿었던 흔적이 있고, 힌두교에선 86억4,000만 년인 1 칼파(kalpaㆍ겁)마다 세상의 생멸(生滅)이 반복된다고 봤다.

■ 지구 멸망을 다룬 SF영화 역시 고대 마야력에 토대를 뒀다. 5,125년을 대주기로 하는 마야력은 기원전 3100년께 시작돼 13번의 소주기가 끝나는 2012년 12월 21일에 한 세상이 끝나는 걸로 계산했다. 그래서인지 올해를 두고 유난히 종말론이 들끓었다. 을 토대로 인류 역사의 흥망 그래프를 그려봤더니 2012년이 끝이더라는 얘기며, 강력한 태양 플레어(태양 표층의 폭발현상)에 의한 지구 멸망설도 나돌았다. 멕시코에선 '종말시계'가 등장했고, 미 항공우주국이 직접 종말론 진화에 나설 정도였다.

■ 세간에 떠도는 요설(妖說)을 일축하더라도, 올해 새 아침은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하게 맞는 것 같은 느낌이다. 글로벌 경제는 미국과 유럽, 중국 할 것 없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하고, 극심한 부의 양극화에 따른 세계 시민사회의 갈등도 만만찮다. 국내적으론 살림살이가 점점 팍팍해지는 가운데 어쨌든 양대 선거를 통해 국운을 가를 선택을 해야 하고, 북한 정세의 급변으로 한반도 안보 역시 극히 불확실한 상황이 됐다. 요컨대 2012년 새 아침을 맞는 마음 속엔 희망보다는 만만찮은 부담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얘기다.

■ 하지만 파도가 높다고 항해를 포기할 수는 없다. 임진(壬辰)년 새해 갑자의 뜻을 풀면 물과 흑색을 뜻하는 '임(壬)'에 용을 뜻하는 '진(辰)'이 합쳐져 상서로운 기운과 힘이 넘치는 '흑룡의 해'라고 한다. 새해 덕담에 앞서 벌써부터 각종 '흑룡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지만, 그것 역시 도전과 시련을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우리네 삶의 표상(表象)이 아닐까 한다. 세상의 시종에 대한 고대인의 생각도 지구의 물리적 멸망이 아닌 세상의 질적 변화에 대한 통찰을 담은 것이리라. 새해, 새 아침, 다 함께 근하신년(謹賀新年)하시길.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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