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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삼겹살과 조각보의 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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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삼겹살과 조각보의 덕담

입력
2011.12.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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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년이 밝았다. 처지는 조금씩 다를지라도 새해 첫날 떠오르는 해를 맞는 소회는 비슷할 것이다. 국내외 정세가 어수선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지난해의 아쉬움과 반성을 돌이켜보며 기대와 각오가 교차하는 마음들일 것이다.

국가적으로도 올해는 핵안보정상회의와 여수세계박람회 등 큰 국제행사 개최와 함께 총선과 대선을 치러야 한다. 정치는 물론이고 경제여건, 시대적 가치, 그리고 남북관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는 해이다.

직원들과의 송년회 자리에서 했던 말이 있다. 장관에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무언가 답답한 기분이 들 때마다 되새기는 단어이다. '삼겹살과 조각보' 이야기다.

언뜻 서로 궁합이 잘 안 맞는 단어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이 상징하는 정신이야말로 올해 특히 우리 모두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삼겹살 회식은 보통 상석 하석 구분 없이 한 자리에 빙 둘러 앉아 고기와 술잔이 오간다. 그 풍경은 소박하고 정겹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 평등하고 격의가 없는 소통의 자리이다. 삼겹살은 함께 만들어 먹는 요리라는 점에서 연대감을 갖게도 해준다. 미리 조리된 걸 먹는 게 아니라 한 자리에서 같이 젓가락질하며 구워먹는 일종의 공동 창작행위 같은 거다.

구제역 여파로 한때 금겹살로 불리기도 했다지만, 한 인터넷 쇼핑몰의 발표를 보니 지난해 온라인의 히트상품 1위로 전년 대비 세 배나 팔렸다고 한다. 저렴한 수입고기 덕도 있겠지만, 어려운 만큼 허물 없는 삼겹살 소통이 우리 모두에게 더 필요했던지도 모른다. 올해에도 삼겹살이 많이 팔리길 바란다.

삼겹살이 소통이라면, 조각보는 공생의 정신을 보여주는 거 같다. 모든 게 귀하던 시절, 우리의 어머니들은 옷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천을 모아 붙여서 보자기나 밥상을 덮는 상보, 장식보 등 다양한 용도로 썼다. 크기나 모양, 색깔, 무늬, 재질이 다른 건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창의적이고 미적인 조화가 지금은 가장 훌륭한 전통적 디자인 중 하나로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조각보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절제와 균형, 소박함, 실용성, 그리고 한뜸 한뜸에 깃든 보이지 않는 정성과 치성의 마음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하지만 으뜸은 뭐니뭐니해도 튀지 않는 서로의 어울림이다.

잘난 놈이든 못난 놈이든 서로를 간섭하지도, 억누르지도, 지배하지도, 지배받지도 않으면서 오묘하게 어울리는 조각조각들을 보노라면 이게 바로 공생이고 상생의 전형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절로 미친다. 최근 교육현장의 비극을 보며 그런 생각이 더 든다. 좀더 큰 관점에서 보면 샤머니즘, 불교, 유교, 천주교, 기독교 등 여러 종교를 흡수 공존하고, 최근 다민족 다문화 사회를 포용하는 우리 민족 융복합 정신의 원형 같기도 하다.

지난해에도 우리 정치사회는 많은 갈등과 대립이 있었다. 정파 세대 계층 간 이념과 소신의 차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반목, 성장과 복지의 대립, FTA 문제 등으로 서로를 비판하고 비난했다.

그걸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삼겹살과 조각보에서 본다.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배려하는 소통의 자세, 그리고 현 정부가 국정기조로 삼고 있는 공생발전의 철학이 그 두 가지에 담겨 있다.

2012년 업무보고에서 문화부가 중점을 둔 것 중 하나도 국민의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서로 어울려 즐기고 누릴 수 있는 복합적 문화공간을 확대하는 것이다.

새해 아침, 우리 선조의 생활의 지혜와 상생의 정신, 그리고 소박한 멋이 담긴 작은 조각보 한쪽을 다시 들여다 본다.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덕담을 들려주는 것 같다.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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