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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가 시위 조종" 급습… 이집트 군부, 17곳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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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가 시위 조종" 급습… 이집트 군부, 17곳 압수수색

입력
2011.12.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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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군부가 자국 내 시민단체(NGO)들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시민단체의 자금조달 및 활동과 관련한 불법행위를 조사한다는 게 명분인데 수색 단체 가운데 미국의 시민단체가 포함돼 있다. 친미 성향의 군부가 이례적으로 미국의 시민단체를 겨냥한 것이어서 그 의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FP통신 등 외신은 이집트 보안당국과 경찰이 12월 29일(현지시간) 국제공화주의연구소(IRI)와 민주주의연구소(NDI), 프리덤하우스 등 시민단체 사무실 17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보도했다. NDI 관계자는 "무장 보안요원들이 불시에 들이닥쳐 서류와 컴퓨터를 압수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들 단체로 유입된 해외지원금을 조사했다"며 "불법행위를 증명할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군부가 갑자기 시민단체를 수색한 것은 최근 이집트에서 전개된 시위를 이들 시민단체가 조직하고 그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의심했기 때문이다. NDI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설립했으며 IRI는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이 소장을 맡고 있다.

이집트 내각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퇴진 이후 4,000만달러를 이집트의 시민단체에 지원했다고 앤 패터슨 주 이집트 미국 대사가 발언한 뒤 이집트 보안당국이 7월 조사를 시작했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미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양국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뉴욕타임스는 미 정부가 비공식 채널을 통해 "이번 사건은 선을 넘은 행위"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집트 군부는 미국으로부터 지난 30년간 매년 13억달러를 지원받았다"며 "자신들은 돈을 받아도 괜찮고 인권보호와 민주주의를 위해 일하는 시민단체는 받으면 안된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AP통신은 시위대를 강경 진압해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군부가 반미주의와 민족주의를 자극해 퇴진 여론을 잠재우려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사면위원회의 하시바 하지 사르라우이는 "시민사회를 공격하는 전략은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주로 쓰는 수법이었다"며 "군부가 인권탄압의 책임을 떠넘길 희생양을 찾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1월 초로 예정된 총선 3차 투표가 공정하게 치러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IRI는 이집트 정부의 공식 요청을 받아 지금까지 총선을 감시해왔지만 보안당국 등의 압수수색으로 활동이 중지됐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번 압수수색은 민주주의 싹을 자르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오랫동안 유지돼온 미국과 이집트 군부의 우호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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