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볼트,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 파울라 래드클리프...
7개월 앞으로 다가온 런던올림픽을 ‘벼르고’ 있는 대표적인 월드스타들이다. 이들은 수년간 세계랭킹 최상위 명단에 붙박이로 자신의 이름을 내걸었지만 최근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채 실망스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런던올림픽을 통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누구보다 강하다. 런던올림픽이 과연 이들에게 화려한 재기의 날개를 달아 줄지, 아니면 선수생명에 마침표를 찍는 ‘무덤’이 될지 전세계 팬들의 눈과 귀가 쏠려 있다.
우사인 볼트(26ㆍ자메이카)
육상트랙에서 미친 존재감으로 통한다. 볼트가 빠진 100m 트랙은 상상하기 어렵다. 2008 베이징올림픽 3관왕(100m 200m 400m계주)을 뛰어넘어 이번 대회에선 1,600m 계주까지 사정권에 넣었다. 꿈을 이루면 1984년 LA올림픽 칼 루이스 이후 28년 만에 육상 4관왕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그는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100m 결선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 자국 동료 요한 블레이크(23)에게 금메달을 넘겨준 악몽이 있다. USA투데이는 최근 신성(新星) 블레이크가 런던에서 볼트보다 앞서 결승선을 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존심이 극도로 상한 볼트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내가 넘버 1”을 연발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39ㆍ에티오피아)
한때 ‘마라톤 천년왕국’을 일으킨 창업자에 비유됐다. 풀코스를 2시간3분대로 골인한 기록은 오직 그에게만 허용된 성역으로 여겨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난해 그를 추월한 선수가 4명이나 나왔을 만큼 성역은 허물어졌다. 베를린마라톤을 4연속 제패했고 세계최고기록을 두 차례나 갈아치웠지만 이제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는다. 39세라는 고령에다 무릎 부상에 시달려 퇴물 취급 받기 일쑤다. 비록 챔피언의 자리에서 도전자로 강등 당했지만 입심만큼은 여전히 금메달 감이다. 런던에서 ‘완전 연소’를 꿈꾸는 백전노장의 레이스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파울라 래드클리프(38ㆍ영국)
‘철녀’(鐵女)라는 별명이 맞춤 옷처럼 잘 어울린다. 2003년 런던마라톤에서 2시간15분25초로 여자 세계최고기록이 그의 발 밑에서 나왔다. 9년째 난공불락이다. 그 사이 두 아이를 둔 주부로 변신했지만 여전히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2007년엔 첫째 아이를 임신한 몸으로 뉴욕마라톤 챔피언에 올랐다. 아프리카발 검은 돌풍이 마라톤을 휩쓴 지 오래지만 백인으로서 유일하게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래드클리프가 안방 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월계관을 머리에 쓸 지 관심이다.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ㆍ남아공)
금메달을 손에 넣지 못했지만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가장 뜨겁게 장식한 선수다. 의족 스프린터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장애의 몸으로 사상 처음 세계육상선수권(400m와 1,600m계주)에 출전한 불굴의 도전정신에 사람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는 이제 런던올림픽과 런던 패럴림픽 두 대회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의족 사용 불공정성 논란이 여전하다.
마이클 펠프스(28ㆍ미국)
‘펠프스가 아니라 펠피쉬로 불러야 한다.’ ‘인류(人類)가 아니라 어류(魚類)다.’ 베이징올림픽 수영에서 전대미문의 8관왕에 오르자 네티즌들이 내놓은 촌철살인의 평이다. 펠프스에 맞선다는 것 자체가 불가항력이라는 뜻이다. 아테네올림픽에서 따낸 6개를 포함해 모두 1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어 역대 올림픽 최다관왕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런던대회에서는 ‘마린보이’ 박태환과 자유형 200m에서 금메달을 놓고 대결할 가능성이 높다.
이언 소프(30ㆍ호주)
‘인간 어뢰’소프의 복귀도 화제거리다. 2006년 은퇴 후 5년 이상 물을 떠나있었지만 펠프스가 등장하기 이전 세계기록 제조는 그의 몫(22번)이었다. 런던올림픽에서 자유형 100m 와 200m 출전을 노리는 소프가 넘어야 할 1차 관문은 올 3월 호주 국가대표 선발전이다. 소프가 대표로 선발되더라도 금빛 물살까지는 박태환, 펠프스가 버티고 있는 2차 관문의 험로가 남아있다.
이밖에 로저 페더러(31ㆍ스위스)와 황색탄환 류샹(29ㆍ중국), 대만의 태권소녀 양수쥔(27)도 런던올림픽에서 ‘한풀이’를 준비하고 있다. 페더러는 수년간 테니스 황제로 군림했지만 올림픽 금메달을 손에 넣지 못해 애를 태웠다. 류샹은 대구 세계선수권 110m 허들에서 다이론 로블레스(26ㆍ쿠바)의 방해로 금메달을 빼앗겨 ‘복수의 칼’을 갈고 있는 상태. 양수쥔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때 규정에 어긋난 발뒤꿈치 센서 부착으로 실격패를 당해 한때 반한 감정의 도화선이 된 장본인이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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