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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자살' 대구 중학교 눈물의 방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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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자살' 대구 중학교 눈물의 방학식

입력
2011.12.2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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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날 미처 피어보지도 못하고 작별을 고한 나의 아이들아. 너희들이 가는 길, 선생님도 아프고, 친구들도 가슴이 아프단다…. 부디 잘 가거라. 가서 편히 쉬어라. 잘 가라. 나의 아이들아."

29일 오전 대구 수성구의 한 중학교에서 열린 겨울방학식. 동급생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짧은 생을 마감한 A(13)군이 다녔던 이 학교에 그늘이 짙게 깔렸다. 교감이 A군과 지난 7월에 세상을 등진 P양의 추도문을 읽어 내려가자 980여명의 전교생들은 침묵에 빠졌다. 곳곳에서 나지막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교직원과 학생들의 얼굴에서 방학을 맞는 설렘 같은 것은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이날 방학식은 A군의 급우 38명과 학부모 대표 3명이 모인 교내 시청각실에서 교감이 추도사를 낭독하고, 이를 교내방송으로 각 교실에 전달하는 형태로 열렸다. 시청각실 연설대는 A군과 P양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학생들이 앉은 자리와 같은 높이로 내렸다.

교감은 전교생을 일어서게 한 뒤 애절한 목소리로 추도문을 읽었다. "눈 내리는 추운 길을 걸어가면서 너희들이 학교를 향해 뒤를 돌아볼 것 같아 선생님 가슴이 미어진다"는 대목에서는 끝내 목이 잠겼다.

교감은 마지막 순서인 훈화에서 학생들에게 "사소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친구들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으니 절대로 괴롭히지 말라"며 "괴롭힘을 당하면 선생님이나 부모, 경찰에 알리고, 원하면 학교에서 외부전문가를 불러서 해결해 주겠다"고 강조했다.

10여분의 짧은 식이 끝난 뒤 교감은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착잡하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학생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뒤 자리를 떴다. 이 학교 교장은 이번 사건으로 직위해제됐다.

한 1학년 여학생은 "오빠(A군)의 사연이 너무 가슴 아프다. 세상을 떠난 언니(P양), 오빠가 좋은 곳으로 갔으면 한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한 2학년생은 "며칠 전에도 같이 놀았던 친구가 지금 없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며 "하기 싫은 게임 하지 말고, 괴롭히는 사람 없는 곳에서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학교 교감과 A군의 담임, 교사 등 8명은 지난 28일 오후 A군의 집을 방문해 유족들 앞에 무릎 꿇고 "지켜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면목 없습니다"라며 사죄하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한 교사는 A군이 학교 사물함에 보관했던 교과서와 학용품 등이 담긴 상자를 A군의 아버지에게 건넸다. A군의 어머니는 "지난 7월에도 한 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던데, 학교가 원망스럽습니다"라고 말했다. 교감은 집을 나서기 전 A군의 방에 들러 영정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이날 A군의 유서에 나온 가해자들의 가혹행위와 금품갈취 등 내용이 대부분 사실임을 밝혀내고 가해자 B(14), C(14)군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상습상해 상습공갈 상습협박) 혐의 등으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다음달 2, 3일쯤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경찰은 A군이 유서에서 자신에게 잘해줬다고 썼던 다른 학생 1명도 폭행에 가담한 사실을 확인하고 불구속입건했다.

경찰 조사결과 B군 등은 지난 3월부터 A군 집을 드나들며 인터넷게임 메이플 스토리 캐릭터를 키울 것을 요구하며 물고문, 불고문 등으로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현금 14만5,000원과 점퍼 등 96만8,000원 상당의 금품을 갈취한 혐의다. 이들은 A군에게 숙제를 대신 시키고 다른 친구와 놀았다는 이유로 무릎 꿇고 손을 들게 하는 벌을 세웠으며, 참고서를 찢고 교과서를 뺏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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