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9일 개최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위한 중앙추도대회는 ‘김정은 체제’에서 어떻게 권력 지형이 그려질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당ㆍ정ㆍ군 핵심 실세들이 고루 참여했고, 새대별로도 노ㆍ장ㆍ청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들이 각각 포함돼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지배체제를 예고한 것이란 분석이다.
먼저 추모사를 낭독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에도 중앙추도대회에서 추모사를 통해 ‘김정일 시대’의 개막을 알린 장본인이다. 김 상임위원장이 또다시 추모사를 낭독했다는 것은 3대 세습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김 주석과 동시대 인물로 최고원로인 그가 김정은 체제에서도 북한 정부를 대표하는 수반으로 새 정권의 조기 안정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연설에 나선 김기남 노동당 비서는 영결식에서 영구차 호위간부 7인 중 한 명이다. 그는 이날도 당을 대표하는 연설자로 나서 3대 세습의 당위성을 위한 선전선동 책임자로서의 위상을 과시했다.
인민군을 대표해 연설한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은 국장이 공석인 총정치국의 수장으로서 김 부위원장의 군 장악을 보좌할 핵심 인물로 입지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최태복 노동당 비서도 추도대회 사회를 맡아 건재를 과시했다.
특히 주목 받은 인물은 청년층을 대표해 연설에 나선 리용철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제1비서다. 올해 47세인 그는 김정은 체제가 안정되면 핵심 실세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그의 부친 리화영 전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과 숙부 리화선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모두 김 주석의 사망 이후 김정일 후계 체제를 이끈 김 위원장의 최측근이었다.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낸 인물 중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도 눈길을 끈다. 오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핵심 측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 과정에서 구원이 있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에 밀려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었다. 한편 이날 추도대회에서 김 부위원장 왼쪽에는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최영림 내각 총리 등이, 오른쪽에는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등이 자리를 잡았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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