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없다. 문화정책이 보이질 않는다. 정병국 전 장관 때부터 그랬지만, 요즘도 "문화부장관이 있기는 하나"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어느 때보다 팍팍하고 힘든 시절, 국민의 마음을 따듯하게 어루만지고, 공감을 이끌어낼 문화, 그것을 만들고 누리게 하는 정책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벌써 몇 년째다. 경제논리에 빠져 문화의 본질과 역할까지 내팽개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정부가 문화정책이라고 내놓은 것들을 보면 오로지 '돈'이다. 지원액을 얼마로 늘렸느냐가 유일한 정책이자 자랑이다. 콘텐츠가 가장 중요한 문화의 경쟁력이라면서 정작 그것에 대한 비전과 전략, 방향성이 없다. 해외수출, 일자리 창출만 잘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니 운영도 주먹구구식이고, 지원의 효과도 적다. 3D 영화가 인기를 끌자 우리의 현실도 모른 채 무작정 그쪽에 돈을 퍼붓고, K-POP 선풍이 불자 요란하게 뒷북을 치는 식이다.
정부의 문화정책과 철학의 부재는 앞으로도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문화관광부의 내년 업무보고는 국민 문화 향유권 확대, 창조역량 강화, 문화를 통한 소통과 융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초점은 역시 돈, 산업, 일자리에 온통 맞춰져 있다. 수출 확대(45억 달러)와 일자리 창출(56만명)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콘텐츠 펀드 규모를 1조원(누적)까지 늘리기로 했다. K-POP의 영향으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5조원이나 된다고 하자 갑자기 한류 지원예산을 3배(53억원)로 올렸다. 그러나 이미 경험했듯이 수출상품에만 집착하면 펀드는 엉뚱한 곳에 낭비될 것이고, 장기적이고 치밀한 전략이 없는 억지 한류로는 실패할 것이 뻔하다.
그보다는 먼저 '국민을 위한 문화'부터 고민해야 한다. 수출, 돈보다는 국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감하고 행복을 느끼는 문화, 그것을 만드는 사람을 지원하고 발굴하는 문화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해야 한다. 아무리 공연장을 많이 짓고, 바우처를 주고, 수출을 하더라도 정작 우리가 즐길 문화가 없다면 공허하다. 국민 누구나 공평하고 풍성하게 누리는 문화만큼 좋은 '복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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