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완묵 임실군수가 2007년 10월 그 이듬해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던 보궐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선거브로커 권모씨에게 인사권과 사업권 일부를 위임한다는 각서를 써준 사건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다른 출마예정자 심모씨 역시 권씨에게 "당선되면 인사권과 사업권의 40%를 위임한다"는 각서를 써줬다. 당시 임실군수(김진억)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으나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는 바람에 실제 보선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10월 26일의 전북 순창군수 재선거를 앞두고 이홍기 후보가 조동환 전 교육장에게 "남자답게 권한의 3분의 1을 주겠다"고 약속한 사실이 드러나 구속된 사건을 보면, 이런 음습한 거래가 비일비재함을 알 수 있다.
영향력 있는 유지에게 인사권과 사업권을 미리 준다면, 선거 후 제2, 제3의 비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성실한 공무원이 줄댄 자에게 밀리고, 능력 있는 업자가 입찰에서 떨어진다면 올바른 사회가 아니다. 부실공사가 속출할 것이며 지방공무원들은 열심히 일하기보다 돈을 들고 브로커에게 달려갈 것이다.
이 대목에서 무소속 박우량 신안군수를 거론해본다. 2006년 신안군수 재선거에서 당선된 그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으로부터 전략공천을 해줄 테니 입당하라는 제의를 받았다. 민주당 텃밭인 전남에서 거부하기 힘든 제안이었지만, 그는 받아들이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 당선됐다. 그 이유에 대해 박 군수는 "당 공천을 받으면 선거 후 당내 인사들의 민원을 외면할 수 없다. 문제는 능력도, 자격도 안 되는 공무원, 기업을 봐달라는 것이다. 이를 들어주면 군 행정은 그 즉시 정당성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옳은 얘기다. 지금 박 군수는 천일염 명품화, 증도 슬로시티 지정, 농수산물 축제 활성화로 3년간 고용률 1위를 기록하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임실과 신안이 지자제 전부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차제에 지방행정 전반에 대대적 감사를 실시, 검은 거래를 뿌리 뽑아야 하며 나아가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을 놓고 진지한 논의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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