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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기적과 희망의 아이콘 신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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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기적과 희망의 아이콘 신영록

입력
2011.12.2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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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8일, 신영록(24ㆍ제주)의 축구 인생 시계가 멈춰선 날이다. 영원히 움직일 것 같지 않았던 시침이었지만 희망이 되살아나고 있다. 아직까지는 혼자 힘으로 걷기에도 버겁지만 멈춰선 축구 인생의 시계를 다시 돌리기 위한 걸음마를 시작한 신영록의 눈빛은 의지와 용기로 가득 차 있다.

한때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대형 스트라이커 재목으로 각광 받았던 신영록은 지난 5월8일 제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대구 FC와의 K리그 경기 후반 42분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부정맥으로 인한 심장 마비 진단이 내려졌고 소생 여부가 불투명했다. 20대 초반의 창창한 나이, 언제나 에너지가 넘쳤고 누구보다 자신만만했던 그였기에 주위 사람과 팬들이 받은 충격은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신영록은 병상에 든 지 50일 만에 기적적으로 의식을 회복했고 녹색 그라운드에 다시 서기 위한 기나긴 여정을 시작했다. '괴물 스트라이커'로 불리던 그는'기적의 아이콘'을 목표로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신영록은 의식을 회복한 후 본격적인 재활을 위해 6월 29일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됐다. 9월17일 퇴원한 신영록은 지난 26일부터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에서 본격적인 운동 치료를 시작했다. 오후 4시부터 한 시간 동안 자전거 타기와 체조, 걷기 등으로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몸 구석구석에 생기를 불어 넣는 중이다.

운동 치료 3일째인 28일, 신영록에게 가장 반가운 얼굴이 응원 차 스포츠의학센터를 찾았다. 사고 현장에서 신속한 응급 처치로 신영록을 구해낸 김장열 제주 유나이티드 재활 트레이닝 팀장이다.

김 팀장을 마주한 신영록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신영록은 사고를 전후해 많은 기억을회복하지 못했지만 지인들의 설명으로 김 팀장이 자신의 생명을 구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한 발짝 옮기는 걸음이 힘들고 마음 먹은 대로 몸을 움직이기 버거워 하는 신영록을 바라보는 김 팀장의 마음은 안타깝지만 노력하는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하다.

얼마 전 팀 송년 행사 참석을 위해 제주 클럽 하우스를 찾은 신영록의 한 마디는 김 팀장의 가슴을 찡하게 울렸다. 김 팀장이 "영록아 빨리 회복해서 같이 운동해야지"라고 말을 건네자 그는 "그럼 지하로 내려가야 하는데…"라고 대답했다. 기억이 완벽히 돌아오지 않은 가운데서도 땀 흘리던 장소는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재활 치료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몸 상태가 좋아질수록 정신적으로 힘들어진다. 반복되는 일상이 주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누구보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김 팀장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하라"고 신영록을 격려하고 있다. 그는 "힘들고 싫증도 나겠지만 많은 분들이 기대하는 만큼 지치지 말고 열심히 해서 꼭 그라운드에 다시 섰으면 좋겠다"고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기적에 도전하는 신영록의 새해 목표는 혼자 힘으로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를 드나드는 것이다. 보조 기구 없이 걷기는 하지만 아직은 힘에 부치다. 어머니 전은수 씨는 "올해가 가기 전까지 병원을 걸어 나갔으면 했지만 이루지는 못했다. 새해에는 반드시 목표가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 도와줘야 할 수 있었던 여러 일상 생활을 조금씩 혼자 해내고 있다"고 아들을 대견해했다.

재활 훈련을 마치고 휠체어에 앉은 신영록은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많이 힘들지는 않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기적과 희망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신영록은 31일 자정,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 타종 행사 참여로 신묘년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임진년 '희망 사냥'에 나선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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