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전쟁> <헐리우드키드의 생애> 로 알려진 소설가 안정효(70)씨가 역사소설 <솔섬> (전 3권ㆍ나남 발행>을 냈다. 29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안씨는 "16년 만에 쓴 장편소설"이라며 "(마음의 짐에서) 해방된 상태에서 썼다"고 말했다. "환갑이 지나고 나서 '왜 나는 여태 쓴 것보다 더 좋은 소설을 쓰려고 나를 학대할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회사 생활은 나이 들면 더 노련하고 좋아지는데, 문학은 그렇지 않다는 걸 미처 깨닫지 못했던 거예요. 그렇게 맘 편하게 생각하고 쓴 소설입니다." 솔섬> 헐리우드키드의> 하얀전쟁>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을 소재로 한국 현대사의 상처를 묵직한 이야기로 담아냈던 안씨는 신작에서 특유의 무게감을 벗고 새로운 방식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판타지, 역사, 정치, 풍자소설을 버무린 새 장편을 그는 "막소설"이라고 불렀다. "상상력에 자유를 주고 싶었어요. 상상력이 '막' 나아가도록 내버려두자, 논리에 구애받지 말고 쓰자는 의미에서 막소설이지요."
소설은 가상의 섬인 솔섬을 배경으로 2007년에서 시작해 1945년 8ㆍ15 해방까지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서해안의 작은 섬 솔섬이 조금씩 커지면서 이 땅의 이윤과 권력을 차지하려는 투기꾼과 조직폭력배, 정치인들이 몰려든다. 주인공 목설구는 비밀리에 기업인들을 만나 건국 비용을 조달하고 2004년 나라 이름을 황송공화국으로 정해 한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다. 소설은 각종 권모술수와 사기, 이합집산을 펼치는 인간군상을 통해 한국사회를 풍자한다. 안씨는 "신정아 사건이 한창일 때 어느 영화 모임에서 한 감독에게서 '그런 세태에 대해서 쓰면 어떠냐'는 말을 들은 것이 집필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소설은 이승만 시대, 군사정권 시대(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 진보 시대(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각 시대를 풍자한다.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내세웠지만 "쿠데타를 하겠다"고 공언하고 다니다 솔섬으로 쫓겨난 후 섬의 권력을 찬탈하는 군 장성, 사이버 선거전 승리를 통해 대권을 쥐는 인물 등에서 그 모델이 된 실제 인물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안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 이명박 정부 등장할 때 보면 시민이 정권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다른 쪽에 권력을 줬다가 다시 빼앗는 것이 반복된다. 시민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훈련하는 중인데 시민도 그 사실을 모르고 정치권은 더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안씨의 선 굵은 이야기를 기억하는 독자들에게 '막소설'이 생경할 수도 있다. 상상에 자유를 준다고 해도 2억원의 '떡값'을 받은 정치인에게 2억원어치 떡을 먹이거나 철새 정치인이 진짜 새가 돼 섬 밖으로 날아간다는 단순한 설정은 아쉽다.
신작 장편은 당초 솔섬에 사는 구세주가 실은 세상을 구원할 의지가 전혀 없는 인물이었다는 모티프로 시작했지만 정치, 사회적인 풍자가 많아 아예 원래의 구조를 들어내고 세태 풍자소설로 나왔다. 안씨는 "(구세주가 되고 싶지 않은 구세주는) 요즘 말하면 안철수 같은 사람들"이라며 "당초 의도를 담은 새 장편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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