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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뭔가가 걸려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기침을 하고 물을 마셔봐도 계속 같은 느낌이에요. 이비인후과를 여러 곳 다니면서 수 차례 검사도 해봤는데 번번이 별 이상이 없대요. 답답할 노릇이에요. 제 목 속에는 여전히 뭐가 들어 있는 것 같은데 말이죠. 혹시 암 같은 나쁜 병이 아닐까 불안하고 초조해집니다. 상태가 너무 심각해서 혹시 의사가 저한테는 숨기고 남편에게만 병을 얘기한 건 아닐까요. 남편에게 여러 번 물었는데 계속 아니라고 하네요. 의사도 남편도 믿을 수가 없어요. 병원에서 막 언성을 높인 적도 있었죠. 남편은 정신과에 한번 가보자고 합니다. 그 말이 더 서운해서 거부했지요. 이젠 포기하고 그냥 살까도 싶고, 정말 정신과라도 가볼까 생각도 들고, 답답해요.50대 주부(경기 부평시)
누구에게나 의학적으로 딱 집어 설명하기 어려운 신체증상이 나타날 때가 있지요. 소화불량이나 두통, 가슴 통증, 피부 발진 같은 식으로 말이죠. 대부분은 간단히 약을 먹거나 사소한 거라 여기고 그냥 지나치지만, 어떤 사람들은 유달리 민감하게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증상을 확대해석하기도 하지요. 예를 들어 식은땀이 나거나 기침을 하거나 체한 증상 등을 보고 악성종양이나 심장병 같은 심각한 질환이 아닐까 하고 불안해해요.
이런 사람들은 병원에서 이상이 없다는 검사 결과를 제시해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심각한 병을 의사가 자신에게 숨기고 있다는 망상 증상을 보이기도 하고, 우울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건강염려증으로 진단할 수 있어요.
건강염려증이 있는 사람들은 주로 주위에 병을 앓고 있는 가족이나 친척, 책이나 매체 등을 통해 의학정보를 얻으면서 자신의 특정 증상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지요. 어떤 경우엔 자신이 걸렸다고 생각하는 병이 자주 바뀌기도 해요.
건강염려증은 신체적인 문제보다는 대개 정신적인 요인 때문에 생깁니다. 하지만 건강염려증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건강염려증이라는 걸 쉽게 인정하지 못해요. 그러다 보니 여러 진료과를 전전하며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되죠. 급선무는 의사와의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 겁니다. 다행히 정신과의 문을 두드려보기로 마음 먹었다면 의사를 믿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보세요.
상담 전덕인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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