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이 남성 후견인의 허락 없이도 선거에 출마하거나 투표할 수 있게 됐다.
AP통신은 사우디의 의회 격인 슈라위원회의 파하드 알 안지 위원이 "국왕이 허가했으므로 여성은 2015년 지방선거에서 남성 후견인의 허락 없이도 출마 또는 투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28일 보도했다. 앞서 9월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이 여성의 참정권을 허용했지만 남성후견인법 때문에 실제로 여성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제기됐었다.
남성후견인법에 따라 사우디의 여성은 남성 후견인의 허락 없이는 사소한 일도 할 수 없다. 운전이나 여행 같은 일상 생활은 물론이고 응급 상황이 아니면 병원에서 수술도 못 받으며 남성 후견인이 원하면 학교도 그만둬야 한다. 이 때문에 남성 후견인의 허락 없이도 출마 또는 투표가 가능하도록 한 이번 결정을 계기로 사우디에서 남성후견인법의 폐지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여성사학자 하툰 알 파시는 "우리의 최우선 요구는 남성후견인법 폐지"라며 "이 법은 이슬람교가 여성에게 부여하는 사회적 권리에 위배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우디의 지배이념은 수니파 이슬람 근본주의 와하비즘이다. 와하비즘은 율법 해석에 따라 여성의 권리를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근거로 활용되는데 이 때문에 여성의 출마 또는 투표를 보장한 이번 조치가 보수층의 반대로 좌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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