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의 선봉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남미 대통령들이 잇따라 암에 걸린 배후에 미국이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물론 과학적 증거가 있다기 보다는 음모론에 가깝다.
차베스 대통령은 28일 미국이 1946~48년 과테말라에 매독 등 성병 바이러스를 고의로 퍼뜨려 생체실험을 한 사실을 지적하며 “미국이 적대국가 지도자들에 정치적 무기로 암을 퍼뜨린다는 음모가 수년 안에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과테말라에서의 생체실험 의혹을 64년이 지난 지난해 공식 인정하고 사과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22일 갑상선암 진단을 받는 등 남미 지도자들이 연이어 암에 걸린 사실을 언급한 뒤 “설명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렵다”며 “이건 정말, 정말, 정말 이상하다”고 강조했다.
남미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전ㆍ현직 대통령들이 잇따라 암 선고를 받았고, 이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반미 성향의 좌파 지도자들이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에 이어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10월 후두암 진단을 받고 화학치료를 위해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40년간 기른 턱수염을 깎았다. 페르난도 루고 파라과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암의 일종인 비호지틴림프종 판정을 받은 뒤 치료 후 완치됐다.
차베스 대통령도 병명을 밝히진 않고 있지만 6월 암 수술 후 항암 치료 중이다. 그는 미국 배후설에 대해 “단지 생각하는 것을 말한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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