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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나라당 비대위에선, 이준석이 말하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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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나라당 비대위에선, 이준석이 말하는 대로…

입력
2011.12.2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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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시니까 한나라당이 잘 안 되는 거죠."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의 최연소 비대위원인 이준석(26) 클라세스튜디오 대표가 27일 첫 번째 비대위 회의에서 당돌하게 던진 말이다. 디도스 사건 연루 혐의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처리 문제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일부 위원들이 "혐의 입증도 되지 않았는데, 탈당이나 제명은 너무 과하다"며 온정론을 펴자 이 위원이 이 같은 말로 일침을 놓았다고 한다. 한 비대위원은 28일 "이 위원의 한 마디가 최 의원의 자진 탈당 권유 방침을 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대학생 과외 봉사 단체를 이끄는 20대의 이 위원이 등장하자마자 한나라당 비대위의 풍경이 기성 정치권과 180도 달라졌다. "이 위원이 한나라당 비대위를 '파격적 정치 실험의 장'으로 만들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 위원은 박근혜 비대위원장 등 40~70대에 이르는 다른 위원들 앞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할 말'을 했다고 한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한나라당에선 그간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이에 비대위는 이 위원의 거침 없는 발언들을 젊은 층의 민심을 알아보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활용하기로 했다.

비대위가 27일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이 위원의 한 마디가 논의의 방향을 바꾸었다. 불체포 특권 포기 문제가 안건으로 올려졌을 때 이 위원은 "아주 좋은 생각이네요"라고 즉각 반응을 보였다. 기득권과 특혜를 싫어하는 신세대다운 모습이었다. 한 회의 참석자는 "태블릿PC를 들여다보고 있던 이 위원이 갑자기 큰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보고 '국민이 원하는 게 이거구나' 하고 무릎을 쳤다"고 말했다.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에게 먼저 의견을 물어야 한다" 등 다른 위원들의 발언은 쑥 들어갔다.

이 위원은 한나라당이 디지털 정당으로 탈바꿈하는 데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 같다. 전직 유엔 아동권리위원장인 이양희 위원이 오찬 도중 위원들에게 "유엔 회의 참석 때문에 비대위 회의에 몇 번 못 올 수도 있다"고 말하자, 이 위원은 "'스카이프'(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설치해 무료 통화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를 이용해 화상 회의를 하면 된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박근혜 위원장은 "화상 회의가 있겠네요"라며 일단 긍정적 반응을 보였고, 일부 위원들은 "스카이프가 뭐냐"고 반문했다.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이 위원이 디도스 검찰 수사 국민 검증위원장을 맡은 것도 파격적인 일이다. 한 비대위원이 "과학고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이 위원이 적격"이라며 위원장으로 추천했을 때, 다른 비대위원들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어서 자칫 이 위원이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며 말렸다. 하지만 이 위원은 "관련 자료만 있으면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흔쾌히 위원장직을 수락했다. 파격 실험에 대해 당내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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