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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퇴직 여성들 "새로운 나 찾으려 그림 읽기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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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퇴직 여성들 "새로운 나 찾으려 그림 읽기 배워요"

입력
2011.12.2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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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홍보관 갤러리. 수백 개의 압정을 거꾸로 붙여 '꿈'이라는 글자를 입체적으로 형상화한 조형물 앞에 회색 정장을 입은 50대 여성이 섰다. 긴장한 듯 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입을 떼자 20여명의 관객들은 이 여성이 들려주는 작품 창작 의도에 이내 흥미를 보이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꿈 하면 사람들은 희망을 떠올리죠. 하지만 실패했을 때 느끼는 좌절감도 큽니다. '꿈'이라는 작품의 작가는 모든 일에 양면성이 있다는 점을 전하려 한 겁니다." 이날 예비 도슨트(미술ㆍ전시 해설가)로서 첫 경험을 무사히 마친 주부 임향란(53)씨는 "1년 전 퇴직을 준비하며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 선택한 게 도슨트 교육"이라고 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림 읽어주는 일을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임씨의 설명들 듣던 관객들도 임씨와 같은 도슨트 교육생이다. 교육 프로그램은 서울 마포구가 퇴직자, 경력단절여성 등의 직업능력 향상을 위해 마련해 10월 시작됐다. 이날은 한국큐레이터연구소 한미애(48)소장이 지도한 12주차 교육과정의 마지막 날로 현직 작가들의 작품을 갤러리에서 설명하는 최종 실습수업이었다.

수강생들은 대부분 결혼 후 직장을 그만 둔 주부와 퇴직여성이다. 이들은 수업을 통해 일상에서 활력을 되찾고 재취업 기회도 얻겠다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었다. 결혼 후 가정주부로만 살았다는 송금이(45)씨는 "그동안 시부모 모시고 아이들 키우느라 나를 돌보지 못해 도태된 느낌이었다"며 "수업을 통해 기획안 작성부터 작가와의 만남까지 전문분야를 경험할 수 있어서 나만의 무기가 생긴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대학 시절엔 강의를 일일이 찾아 다닐 정도로 미술을 좋아했다"는 김민정(60)씨는 "지난 10년간 암투병으로 세상과 격리돼 지냈는데 이 과정을 통해 좋아하는 공부를 하며 인생 이모작을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수강생들은 자신의 업무능력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로 삼기도 했다. 초등학교 방과후 미술교사로 일하는 김수진(41)씨는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예술이란 매순간 실험이라는 걸 배웠다. 일상에 치여 아이들에게 창의력이 결여된 수업을 하지는 않았나 반성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한 마포구 교육지원과 김정희(32) 주무관은 "전시 기획 전반을 총괄하는 큐레이터와 달리 도슨트는 일반인도 공부하면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는 분야"라며 "마포구에는 홍익대 앞, DMC 등 전시 공간이 계속 늘고 있어 9월 한 소장에게 프로그램 개설을 제안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의를 맡은 한미애 소장은 "수강생들의 열정은 프로 못지 않았다"며 "관련 분야의 수요는 느는데 반해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블루오션 직업이 도슨트인 만큼 주부들이 많이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좌는 21일 수료식을 끝으로 끝났고, 수강생 가운데 성적 우수자 6명은 마포 지역 전시관에서 꿈을 펼칠 기회를 잡게 된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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