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정치ㆍ공천개혁 분과를 맡은 이상돈(중앙대 교수)위원은 28일"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이 살기 위해서는 현정부 정책과의 차별화를 추진하고 정권 실세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여당 쇄신을 담당하게 될 비대위 핵심 인사들이 잇달아 현정부와의 차별화를 강조하고 나섬에 따라 여권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얼마 전까지 정권 실세이자 주류인 친이계는 긴장감 속에 비대위의 행보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비대위원들은 '정책과 사람'이란 두 측면에서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우선 정책 차별의 방향은 '성장 위주 정책ㆍ토목 경제와의 단절'로 요약될 것 같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747(연평균 7% 성장, 소득 4만달러 달성, 선진 7개국 진입)은 허구로, 이미 실현 불가능한 목표로 판명 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복지를 먼저 주창한 이들은 보수주의자들이다. 보수를 지키기 위해 보수가 먼저 양보해야 한다"고 말해 성장에서 복지로의 정책 이동을 예고했다.
대표적인 4대강 반대론자인 이 위원은 "총선을 앞두고 4대강 사업 부작용에 대한 의사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정권 실세 용퇴론'도 제기됐다. 이 위원은 "현정권의 공신이나 당 대표를 지낸 사람들이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가 아니다. 그 사람들을 그대로 두고 쇄신하면 누가 믿겠느냐"며 "이 지경을 만든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권 핵심 인사들을 과감히 물갈이하고, 내년 총선 때 이들에게 공천을 줘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겠지만 당 대표를 지낸 사람이나 현정권의 공신ㆍ핵심으로 거론됐던 사람들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이재오 이상득 의원 같은 실세"라고 언급했다. 안상수 홍준표 의원 등 당 대표를 지낸 인사 중 일부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아직 이 대통령과 드러내놓고 차별화에 나설 생각이 없는 것 같다. 한 친박계 핵심 인사는 "임기 말이면 여당 차기 대선주자가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모습이 매번 되풀이 됐다"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무슨 도움이 됐느냐"고 말했다. 과거 패턴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오히려 이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란 관측이 많다. 화기애애했던 두 사람의 22일 청와대 단독 회동은 그 전조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정책 차별화는 불가피할 것 같다. 박 위원장은 일찌감치 '복지'깃발을 들어올려 성장에 방점을 찍어온 현정부 정책과 달리 갈 것임을 예고해 왔다.
다만 인적 쇄신 부분은 박 위원장이 직접 나서기 보다 비대위원들이 대신 맡아 줄 가능성이 높다. 말하자면 차도살인(借刀殺人)이다. 비대위가 출범하자마자 '정권 실세 용퇴론'이 제시된 것은 그런 측면에서 의미심장하다.
이 대통령과 직접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내용적 측면에서 차별화를 이뤄내겠다는 박 위원장의'투트랙'전략이 이제 막 펼쳐지고 있는 듯 하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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