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이 등장하는 껌 광고가 화제입니다. 예전의 껌 광고와 달리 매우 남성적인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6ㆍ25 전쟁 이후 우리나라에 등장한 껌은 60여년 동안 주로 여성이 대상이었습니다. 맛도 향기도 여성취향이었고, 심지어 포장까지도 여성고객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여러 개의 껌을 포개어 놓고 포장지로 싼 막대기 모양의 '스틱 팩' 포장은 여성의 핸드백에 쏙 들어가는 것을 전제로 디자인되었다고 합니다. 스틱 팩 포장은 1960년대부터 90년대 말까지 무려 30여년 동안 유지됐습니다.
껌 포장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자일리톨껌이 등장하면서부터였습니다. 갑, PTP(알약 포장), 플라스틱 병 등 다양한 케이스가 생겼지요. 특히 플라스틱 병 포장의 등장으로 껌을 가정이나 사무실 책상, 자동차 안에 놓고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껌도 마침내 대량소비시대가 열리게 되었지요.
그런데 최근 들어 컨셉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습니다. 이달 초 추성훈 광고와 함께 선보인 '아이디 에버라스트' 껌은 주 고객층을 아예 남성으로 옮겼습니다. 흡연 후 입 냄새 등을 없애기 위해 껌을 씹는 남성 고객의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남성은 껌을 오래 씹는다는 점을 반영해 껌의 맛과 향이 종전보다 배 이상인 40분 동안 유지되도록 했습니다.
포장도 독창적입니다. 나란히 연결된 똑같은 모양의 케이스 두 개를 접으면 하나로 포개집니다. 이렇게 접으면 남성 남방이나 청바지ㆍ양복 주머니에 쉽게 들어가므로 휴대가 편합니다.
미국에서는 2008년 이후 장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껌은 잘 팔린다고 합니다. "적은 돈으로 누릴 수 있는 즐거움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지만 예전과 달리 다양한 모양과 기능의 껌 케이스도 한몫 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의외로 껌 소비자들이 구매 시 케이스의 기능성을 고려한다는 것인데요. 껌 포장의 진화는 첨단 제품뿐 아니라 오랫동안 같은 모양으로 사랑 받아 왔던 제품도 작은 혁신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