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영결식이 눈이 내리는 가운데 28일 오후 2시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에서 열렸다. 이로써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로 내정된 1974년부터 37년간 이어진 김 위원장의 ‘철권 통치’시대는 막을 내리게 됐다. 동시에 김 위원장의 영구차를 호위하며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아들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로 첫 발걸음을 떼면서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당초 김 위원장의 영결식은 오전 10시에 열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전날 밤부터 평양에 내린 눈 때문에 4시간 늦게 시작됐다. 북한 매체들은 78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방송 매체들은 김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의 시신을 실은 영구차를 옆에서 호위하며 등장하는 장면부터 영결식을 생중계했다. 영구차를 호위하는 모습을 내보낸 것은 김 부위원장이 새로운 최고지도자로 나선다는 사실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영구차는 눈물을 흘리며 훌쩍거리기도 하는 김 부위원장을 비롯한 8인의 호위 아래 인민군 육·해·공군 및 노농적위대 의장대 사열을 마친 뒤 오후 2시20분께 금수산기념궁전을 빠져나가 거리행진에 나섰다.
김 위원장의 대형 초상화를 실은 차량을 선두로 김 부위원장의 조화와 영구차, 주석단을 태운 차량 순으로 이뤄진 운구행렬은 금성거리와 룡흥 네거리 등을 거쳐 김일성광장으로 향했다.
1시간40여분 만에 김일성광장에 들어선 영구행렬은 이곳에서 사실상 노제를 지내고, 금수산기념궁전으로 돌아가 육·해·공군 및 노농적위대 명예의장대 사열을 재차 받았다.
오후 5시쯤 주석단에 오른 김 부위원장이 의장대의 분열행사를 받음으로써 영결식은 마무리됐다. 영결식을 마친 김 위원장의 시신은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돼 영구 보존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중앙TV는 이례적으로 3시간 내내 영결식을 국내외에 생중계했다. 이날 군악대는 김 주석 사망 때와 마찬가지로 거리 행진 도중 ‘빨치산 추도가’를 편곡한 장송곡과 함께 ‘김정일 장군의 노래’를 반복 연주했다. 거리 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평양 시민들은 눈을 맞으며 거리를 가득 메웠고, 영구 행렬이 지날 때마다 오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참석 여부가 관심을 모았던 김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과 김 위원장의 동생 김평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차남인 김정철의 참석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벤츠 마니아’로 알려진 김 위원장 영구차의 차종은 아버지 김 주석 때와 같은 링컨 컨티넨털이었다. 김 위원장은 생전 벤츠에 유독 집착해 대량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그의 영구차로 벤츠가 사용될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한편 보통 평일에 오후 5시부터 오후 10시30분이나 11시 정도까지 방송하는 조선중앙TV는 이날 오전 7시부터 방송을 내보냈다. 전날에는 오전에 시작한 조선중앙TV 방송이 날짜를 넘겨 이날 새벽 2시20분까지 이어졌다. 새벽 2시까지 방송 시간을 늘린 것은 2000년대 들어 처음이다. 전력난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종일 방송’을 한 것은 대내 결속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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