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혼다자동차는 앞으로 개발할 자동차에 새로운 개념의 디자인과 조립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그 동안 차체의 천정, 옆 부분을 비롯해 여러 부분을 따로 만들어 이를 조립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차 바깥 쪽 판을 기본 틀에 곧바로 용접하는 방식을 적용하기로 한 것. 혼다 측은 "이 방식을 쓰면 조립에 필요한 볼트와 강화소재 등이 필요 없기 때문에 차 무게가 10%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혼다는 이미 지난 주 선보인 신형 소형차 'N-BOX'제작에 이 방식을 적용했으며 앞으로 모든 차종에 이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수 백억 원을 들여 차를 좀 더 가볍게 만드는 기술 개발에 힘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일 자동차 회사 아우디는 내년에 1,200명의 전문가를 새로 뽑는다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들은 오직 차량을 가볍게 할 소재 개발과 전기차 기술 개발에만 집중할 계획인데, 차량 경량화 기술 개발을 위해 대규모 전문가를 뽑는 것은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 '무게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좀 더 가벼운 차를 만들기 위해 부품 하나라도 더 빼려 하고, 엔진 크기도 어떻게 하든 줄이려 하고, 차체 역시 철 대신 좀 더 가벼운 신소재를 쓰는 등 다이어트 바람이 거세다.
목적은 연비를 높이기 위해서이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같은 양의 기름으로 얼마나 더 멀리 더 빨리 달릴 수 있느냐'가 미래 자동차 시장의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비는 이제 선택이 아닌 강제사항이 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 정부가 연비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벌금 부과를 통해 연비를 향상시키도록 강제하고 있다.
연비 향상을 위해 자동차 업계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이 바로 차량 경량화다. 차 무게를 1% 줄이면 연비는 0.5% 끌어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자동차 회사들은 철강ㆍ신소재 관련 회사나 화학회사들과 적극적으로 손잡고 있다. 철을 대신해 자동차 소재로 쓸 수 있는 알루미늄, 마그네슘,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등을 개발하기 위해서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은 이달 초 일본 화학회사 데이진과 자동차용 탄소섬유 소재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GM은 내년 초 미 북부에 연구소를 만들고, 차체 주요 부분에 탄소섬유를 적용해 차 무게를 20%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프랑스 르노는 포스코와 손잡고 초경량 마그네슘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그네슘 합금 판재를 이용한 경량 자동차 부품 개발'기술 협약을 맺었다. 마그네슘은 비중이 철강의 5분의 1밖에 안되기 때문에 가볍고 진동 흡수 능력이나 연 전도 능력이 뛰어난데다 재활용도 가능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미 발 빠르게 새로운 소재를 적용해 만든 차를 선보이는 회사들도 여럿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속한 독일 다임러그룹은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세계 1위 화학회사 독일 바스프와 손잡고 미래형 전기차 '스마트 포비전'을 내놓았다. 이 차에는 탄소복합소재 등 다양한 신소재를 활용해 차체는 물론 휠, 차량 내부 시트 등을 만들었다. 바스프는 앞서 지난해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미래형 디젤 하이브리드 차량 '아이플로'를 소개했다. 벤츠는 다음달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첫 선을 보일 6세대 'SL-로드스터'의 차체를 전부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이전 모델과 비교해 차체 무게를 약 124㎏ 줄일 수 있었다고 벤츠 측은 밝혔다.
엔진의 살을 빼기 위한 노력들도 대단하다. 최근 '1.0 3기통 에코부스트'엔진을 선보인 미국 포드, 스포티지 R과 쏘나타 2.0 터보 GDI에 '세타 Ⅱ 터보 GDI'을 적용한 현대ㆍ기아차 등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엔진의 기통 수와 배기량은 줄이고 효율은 확대하는 '다운사이징'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것도 결국 엔진의 무게를 줄이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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