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원대 횡령ㆍ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SK그룹 최재원(48) 수석부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2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려 밤 늦게까지 진행됐다.
심문 결과에 따라 재계 서열 3위 기업 오너의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검찰과 최 부회장 측은 이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수사검사 3명을 투입해 최 부회장이 회사돈 횡령을 주도했다는 점을 김환수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사안별로 강조하고, 횡령액수가 많고 사안이 중대해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반면 최 부회장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변호사 4명의 도움을 받으며 혐의 사실을 대부분 부인했다. 변호인은 영장 발부 요건인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점도 판사에게 여러 차례 설명했다. 지난 1일 1차 소환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던 최 부회장은 지난 7일과 22일 소환조사에서는 일부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1시40분께 변호인과 함께 법원에 도착한 최 부회장은 “혐의를 부인하느냐” “심경이 어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 없이 곧장 법정으로 들어갔다. 최 부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당초 지난 27일 오전10시30분으로 잡혔지만 최 부회장 측이 변론 준비를 이유로 연기를 요청해 조정됐다.
최 부회장은 SK그룹 18개 계열사가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800억원 중 992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 부회장이 김준홍(46ㆍ구속기소) 베넥스 대표에게 지시해 SK텔레콤과 SKC&C가 2008년 10월 베넥스에 출자한 투자금 497억원을 빼돌려 형 최태원(51) 회장의 선물투자를 대행한 무속인 김원홍(50ㆍ해외체류)씨 계좌로 송금했고 한 달 뒤 김씨가 SK E&S와 SK가스, 부산도시가스의 투자금 495억원으로 이를 메웠다고 보고 있다.
최 부회장은 베넥스에서 빼돌린 SK 계열사들의 투자금을 메워넣기 위해 베넥스 자금 220억원을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 담보로 예치한 뒤 221억원을 대출받는 등 총 6명 명의로 768억원을 대출받도록 김씨에게 지시한 의혹도 받고 있다. 또 측근 2명이 차명 보유한 비상장사 아이에프글로벌(IFG) 주식 6,593주를 액면가의 700배인 230억원에 베넥스 자금으로 매입하도록 김씨에게 지시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최재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지켜본 뒤 최태원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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