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처방전이다"
금융당국이 26일 내놓은 신용카드 구조개선 대책에 대해 카드산업의 3대 주체인 카드사와 소비자, 가맹점 모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대책의 핵심은 신용카드의 남발을 막고 직불형카드를 활성화하자는 건데 이를 현실화할 방안들이 허점투성이란 비판이다.
카드사 "당근 없이 채찍질만"
금융위원회는 현재 9% 수준인 직불형카드 비중을 5년 내 5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소득공제 확대 ▦직불+신용 겸용카드 활성화 ▦24시간 결제 가능한 시스템 구축 등을 해결책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이를 현실성 없는 '재탕 대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체크카드는 신용카드 결제망을 이용해 현재도 새벽의 은행 정산시간 5~10분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24시간 이용이 가능하며, 직불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도 이미 출시돼 있지만 인기가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대책을 기대했는데 구태의연한 방안만 제시돼 실망했다는 것이다.
직불형 카드의 부가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에 대해서도 카드사들은 "1%대 가맹점 수수료가 수익의 전부인 상황에서 부가서비스를 늘리는 건 카드사가 손해보라는 것이고, 마케팅 비용을 줄이라는 금융당국 정책과도 상충된다"고 말했다. 직불형 카드는 대부분 연회비가 공짜이고, 할부나 카드론ㆍ현금서비스 등 부가수익도 노릴 수 없는데 혜택을 추가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소비자ㆍ가맹점도 다 불만
소비자와 가맹점들도 카드 구조개선 대책이 불만이긴 마찬가지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당국이 신용카드 관련 부채와 연체 증가 책임을 사용자 개인에게만 돌리며 연령(만18세→만20세)과 신용등급(7등급 이하 제한)등 발급자격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며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에 일시적으로 저신용자가 된 사람들까지 카드발급이 금지되면 결국 고금리 대부업체로 갈 수 밖에 없어지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도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업종별로 차등화된 가맹점 수수료율을 가맹점의 현실에 맞춰 조정하겠다는 대책이 포함된 점은 기대를 갖게 하지만,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수수료율을 책정하는 근본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결국 금융위의 카드대책은 카드시장 주체들 모두에게 외면 받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가 과도한 상황에서 본질적으로 외상거래인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고 통장잔고 한도 내에서 소비해야 하는 직불형카드를 확대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은 옳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300만원인 소득공제 한도를 직불형 카드에 한해 대폭 인상하고 '가맹점-카드결제사업자(VAN)-카드사'로 이어지는 비용구조를 줄이는 등 체계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에겐 확실한 유인책을, 카드사와 가맹점에는 수익을 거둘 대안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얘기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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