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28일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 법안의 연내 처리 당론을 확정함에 따라 입법화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MBC 등 지상파까지 자사렙 설립에 나선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라지만, 일부 언론단체들은 종합편성(종편)채널이 아무런 규제 없이 광고 직접영업을 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 합의 내용이 미흡하더라도 연내 처리하고 이후 재개정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면서 ‘1개 미디어렙에 2개 이상의 방송사가 투자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명시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나라당과 재협상하겠다고 밝혔다.
‘1인 40% 지분 소유’ 보완책 내놔
당초 민주당 의원들은 26일 여야 원내부대표 협상에서 ▦종편의 미디어렙 의무위탁 2년 유예 ▦미디어렙에 대한 방송사 1인 소유지분 한도 40%까지 허용을 골자로 한 한나라당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하기로 한 것(본보 27일자 1면 보도)에 비판이 쏟아지자, 27일 의총에서 추인을 거부했다. 합의 원안은 종편의 광고 직접영업은 물론, 한 방송사에 최대 40% 지분 소유를 허용해 방송사들이 제각기 직접 광고판매를 하는 ‘1사1렙’과 유사하게 운영될 소지가 컸다. 이후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혼선을 빌미로 합의안 폐기 선언을 하면서 연내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 간 게 아니냐는 비관론이 팽배했으나 다시 논의가 재개된 것이다.
이로써 공은 한나라당으로 넘어갔다. 여야 6인 소위의 잠정합의안은 ▦종편의 미디어렙 의무위탁 2년 유예 ▦KBSㆍEBSㆍMBC를 공영으로 묶는 ‘1공영 다(多)민영’이 골자다. 신문과 방송 광고영업을 함께하는 ‘크로스미디어 판매’ 불허도 거의 의견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당초 방송사의 미디어렙 소유지분 한도를 40%에서 20%로 낮출 것을 주장했으나, 복수의 방송사 참여를 유도하는 단서조항을 넣는 선에서 타협했다.
민주당이 졸속 입법이라는 비판을 감수하고 하루 만에 입장을 다시 바꾼 것은 연내 입법이 무산될 경우 더 큰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될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입법을 늦추면 당장 자사렙 설립을 공표한 서울MBC와 SBS의 행보를 막을 길이 없어 언론계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지역ㆍ종교 방송 등 보호책 역할
전국언론노조를 비롯한 시민ㆍ언론 단체들은 ‘최악을 방지하기 위한 차악’이라도 수용하자며 연내 입법을 압박해 왔다. 언론노조는 이날 “내년 총선과 대선 등 정치일정상 연내 입법이 되지 않을 경우 지역ㆍ종교 방송과 중소지역신문 등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민주당의 결정을 환영했다. 지역ㆍ종교방송은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전파료 배분 및 연계판매를 통해 재원을 조달해왔는데, MBC와 SBS가 자사렙을 통해 전파료 배분 등의 전권을 쥐게 되면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 조준상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평균시청률이 0.3%에 불과해 아직은 영향력이 크지 않은 늑대 4마리(종편)를 잡기 위해 사자와 호랑이(MBC와 SBS)를 풀어주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일부 언론단체들은 종편의 자유영업 허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여야 타협안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종편의 직접 광고영업 폐해를 막는 장치를 두지 않고서는 미디어렙법의 입법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주장이다. 공영렙에 묶이게 된 MBC 역시 “군소방송 보호책이라는 명분 하에 결국 SBS만 좋은 법안”이라며 강한 불만을 보였다. 그동안 종편 반대 등으로 연대해온 시민ㆍ언론단체들이 분열 양상을 보임에 따라 연내 입법이 이뤄지더라도 후유증이 계속될 전망이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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