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 탈세 혐의로 4,000억원대 세금을 추징당한 시도그룹 권혁 회장이 경영난을 이유로 국세청에 출국금지 일시 해제를 요청했다. 국세청의 위법 행위로 시도그룹에 손실이 생기면 법적대응을 하겠다는 경고도 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허락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은 2010년 12월 11일부터 2012년 6월 10일까지 권 회장의 출국을 금지한 상태다.
2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권 회장은 21일 서울지방국세청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출국금지가 장기화하면 시도그룹이 막대한 타격을 입어 조세 납부를 위한 자력 자체를 상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도그룹은 권 회장이 1994년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후 선박금융의 대부분을 엔화로 차입한 탓에 최근 엔화강세로 상환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또 "세금 일부를 내고 싶어도 최악의 경영상태라 내지 못하고 있다, 보유 선박의 일부를 매각할 계획이다, 출국해서 여러 선주와 접촉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권 회장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바른과 시도상선 한국지사 임직원이 그의 귀국을 보증했다.
하지만 국세청 관계자는 "출국을 허용하면 다시 국내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추징세액 납부 등 사정 변경이 없어 출국금지를 풀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권 회장 명의의 국내 재산이 거의 없어 귀국하지 않으면 세금을 추징하기 어려워진다는 점도 고려됐다.
시도그룹은 최근 조세심판원에서 기각된 과세 불복청구 건의 항고와 출국금지 해제 가처분신청을 내달 초 법원에 제기할 예정이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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