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례식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다음 행보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국상을 치르고 난 김 부위원장이 가장 먼저 주력할 것으로 보이는 부분은 권력 안정화다. 김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유고에도 예상과는 달리 차분하면서도 안정적인 모습으로 권력을 승계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에 비하면 승계 기간이 짧고 국정 운영의 경험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아직 김정은 체제의 안착을 단정하긴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김 부위원장은 당ㆍ정ㆍ군을 보다 확실하게 장악해 권력 승계를 완결하는 데 우선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들이 이미 김 부위원장을 ‘군 최고 사령관’으로 추대하고 ‘당 중앙위원회 수반’‘당과 국가, 군대의 영명한 영도자’로 표현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곧바로 ‘김정은 시대’가 개막되지만 당분간은 ‘김정일 시대’와 큰 차이를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북한은 이미 김 위원장의 ‘유훈’을 받들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상태다. 북한의 정책 방향을 제시해 온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자 1면 사설에서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지켜 주체혁명, 선군혁명의 길을 꿋꿋이 걸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권력 기반이 취약한 김 부위원장으로서도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김 위원장의 유훈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이 군부를 앞세운 유훈 통치로만 일관할 순 없는 노릇이다. ‘김정은 시대’가 ‘김정일 시대’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온전한 새 지도자로 인정받을 수 없다. ‘김정일 시대’가 인민들에게는 ‘고난의 행군’으로 기억되고 있는 점도 김 부위원장으로선 부담이다. 따라서 김 부위원장의 다음 행보는 독자적인 국정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사실 김 부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는 체제 안정화를 위해 무엇보다 절실한 게 인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내년 4월15일 강성대국을 선언하겠다면서 그 동안 각 분야의 생산 증대 독려 및 건설사업 속도전을 편 것도 이러한 고민이 반영된 것이다.
이와 관련, 김 부위원장이 결국 개혁ㆍ개혁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도 기대도 적잖다. 김병로 서울대 교수는 27일 한반도평화연구원 포럼에서 “김 부위원장은 선군 정치를 지속하면서도 경제 발전을 위해 남한이나 미국 등에 대담한 협상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의 전환적 상황을 위협이 아닌 기회로 활용하는 거대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훈’이란 과거와 ‘경제’라는 미래 사이에서 김 부위원장이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둘지는 1월1일 노동신문 신년사를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부위원장은 6ㆍ15 공동선언과 10ㆍ4선언 이행 의지를 갖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최근 방북한 이희호 여사와 만난 자리에서 6ㆍ15, 10ㆍ4 선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이 다 이루고 간 일인데 김정은 대장동지가 있기에 인민은 든든하다”고 말했다고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이 전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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