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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블록버스터' 올해는 죽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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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블록버스터' 올해는 죽쒔다

입력
2011.12.28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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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개봉한 '마이 웨이'는 마케팅비 등을 포함해 300억원(이하 추정치)에 달하는 역대 최고 제작비가 들어간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정점이다. 한류 스타 장동건이 주연을 맡았고, 일본 배우 오다기리 조와 중국어권 스타 판빙빙이 참여했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의 7년만의 복귀작이라 더욱 기대를 모았지만 현재 흥행 성적은 절망적이다. 27일까지 118만5,593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이 영화를 찾았다. 이런 추세면 손익분기점(1,000만명)에 닿기는커녕 500만 관객도 힘겨울 것이라는 게 영화계의 전망이다.

연이은 흥행 쓴 잔에 충무로 위축

'마이 웨이'뿐만 아니다. 지난해 연말부터 100억원 이상을 쏟아 부은 한국형 블록버스터 5편이 흥행 전선에서 연이어 죽을 쒔다. 극장가에서 대목으로 여겨지는 여름과 연말 시장에서 신통치 않은 흥행 성적을 거두며 충무로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야구로 치면 4번 타자가 대량 득점 찬스에서 연달아 삼진을 먹고 팀을 위기에 몰아넣은 꼴이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위기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140억원을 들여 만든 '황해'(227만9,596명)와 170억원짜리 '라스트 갓 파더'(256만595명)가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하며 쌍끌이 흥행을 기대했으나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올 여름 시장은 더욱 참담했다. 100억원대 영화가 세 편이나 극장을 찾았으나 흥행은 지리멸렬이었다. '고지전'과 '퀵'은 7월20일 동시에 개봉하며 전례 없는 빅매치를 예고했으나 관객 분산효과만 불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지전'은 손익분기점과 한참 거리가 먼 흥행 성적표(294만9,198명)를 받았고, '퀵'은 312만9,251명을 모으며 최근 블록버스터 중 그나마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8월 개봉한 '7광구'는 재앙에 가까웠다. 한국형 3D영화의 선구자를 표방했으나 224만4,326명 관람에 그쳤다. '7광구'의 흥행 실패는 기획단계에 있던 충무로 3D영화들의 진행을 올스톱시켰고, 투자 심리 위축까지 불렀다.

'마이 웨이'가 뒷심을 발휘해 현재의 저조한 흥행세를 뒤집지 못한다면 더 큰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한국영화는) 야구로 치면 3,4,5번이 범타 내지는 삼진을 당하고 8,9번 기대하지 않은 타자들이 홈런을 쳐줬다… 우린 프로가 아니다'는 한 영화사 대표의 자조 섞인 트위터 글은 국내 블록버스터의 제작과 투자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올해 한국영화는 '써니'(745만9,974명)와 '활'(737만5,110명), '완득이'(531만6,086명) 등 크게 기대하지 않던 중급영화들이 선전하며 4년 만에 시장 점유율 5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량만 있고 드라마는 없다

최근 블록버스터들이 침체의 수렁에 빠져든 이유는 뭘까. 영화마다 세부적인 이유가 다르겠지만 영화인들은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이야기의 부재를 공통적으로 꼽고 있다. 물량공세만 있을 뿐 구체적인 흥행 전략은 전혀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블록버스터는 많은 돈을 쓰다 보니 스펙터클을 파고들 수밖에 없고 결국엔 드라마에 소홀하게 된다"면서 "요즘처럼 블록버스터에 드라마와 스펙터클의 조화가 없으면 관객들이 몰입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블록버스터에 걸맞은 소재와 이야기 발굴에 소홀한 점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예전엔 최다 제작비 등 덩치를 앞세운 포장만으로도 대중들의 마음을 살 수 있었으나 이젠 '대작' 호칭이 더 이상 장점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예전과 달리 100억원대 영화가 흔해지면서 블록버스터의 희소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작품성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대중성이 떨어져 결국 흥행에 실패한 '황해'와 '고지전'이 대표적인 예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볼거리만 앞세운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블록버스터에 맞는 소재와 주제가 과연 무엇인지 새롭게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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