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빌라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 13시간 만에 불이 난 층의 위층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본보 28일자 12면) 당시 빌라 주민들이 소방대원들에게 "301호 가족들이 안 보이니 문을 열어봐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던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벌였다면 4명의 인명을 구할 수 있었던 상황이어서 소방당국의 안이한 대응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화재 당시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된 이웃 주민은 "구조대원들에게 301호에 사람이 있으니 열어봐 달라고 말했다"며 "다른 주민들도 그런 말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방대원들은 301호의 잠긴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자 대피한 것으로 보고 진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분당소방서의 한 관계자는 "강제로라도 문을 열지 않은 것은 우리 실수"라며 잘못을 시인했다.
분당경찰서는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1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3층까지 올라간 유독가스가 301호 최모씨 집 현관문 틈으로 스며들어 질식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씨 가족을 발견하지 못한 데 소방대원의 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최씨 가족이 숨진 빌라는 불법 구조변경으로 탈출로가 제한됐고,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도 막아놓아 연기가 더욱 외부로 빠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과수는 최씨 가족의 정확한 사망 원인과 시각을 확인하기 위해 29일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최씨 가족이 화재 진화(오전 5시45분) 시점 후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소방당국은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이날 인명 구조활동 소홀을 이유로 분당소방서장을 직위해제했다.
성남=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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