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블라디슬라프 수르코프(47) 대통령 행정실 제1부실장을 27일(현지시간) 부총리로 임명했다. 수르코프의 인사는 단순한 자리 이동이 아니라 러시아 철권 정치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서양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크렘린의 회색 추기경'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수르코프는 1999년부터 대통령 행정실 부실장을 맡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강력한 통제 정치 시스템을 확립한 핵심 참모다. 하지만 이번에 부총리가 되면서 경제 현대화를 주로 맡게 돼 사실상 국내 정치에서는 손을 떼게 됐다.
일부에서는 수르코프의 자리 이동이 푸틴 정치 개혁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알렉세이 쿠드린 전 재무장관은 "이번 인사는 정부가 이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정치 시스템을 찾으려는 시도"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러시아 권력 구조는 대통령 행정실을 중심으로 수직적인 형태다"며 "권력의 정점에 있던 수르코프의 퇴장은 러시아 권위주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계속되는 만큼 수르코프의 인사를 계기로 권위주의 통치가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나오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성난 민중의 분노를 가라앉히려는 일시적인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러시아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번 인사조치는 총선 이후 일어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일시적인 희생양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정치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수르코프가 푸틴의 핵심 참모인 것은 맞지만, 그가 정치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 것은 아니어서 큰 정치적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
푸틴 총리는 28일 "시위를 이끄는 야권 지도자들과 대화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라며 "야권은 구체적 일을 고민하지 않고 항상 불가능한 것만 요구한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